당파성에 관하여

이랜드 사태 유감


2007년 7월 24일 서프에 올린 글

이번의 제 글은 지금 한창 인기가 좋은 MB에 관한 얘기도 아니고 범여권 통합논리에 관한 내용도 아닙니다. 그냥…… 세상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는 당파성에 관한 내용입니다.

어려서.. 아직도 우리나라가 식민사관의 영향을 많이 받던 시절, TV에서 보는 사극은 대개 당쟁을 소재로 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어르신들의 말씀 중에도 조선이 망한 이유도 격심한 당파싸움으로 돌리시고……

노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주류 언론이나 아니면 주변의 소위 깨어 있다는 어르신들의 생각이나 말씀 속에서 혹시 조선 시대의 당파 싸움에 비견될 당파성은 없었나 좀 반성해 봤습니다. 뜬금이 없지만.. 그래도 현 상황을 되짚어볼 건덕지는 있을 겁니다.

주제어를 당파성이라고 뽑았지만, 결국 핵심은 내편이냐 상대편이냐에 따라 판단의 잣대를 다른 걸 사용한다는 말이 될 겁니다. 내편은 무조건 이해해주고 상대편은 무조건 비틀어 보는 그런 심리 말입니다.

가령 박통 시절의 경제 발전을 박통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당시 닭장이라 표현되는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노동 착취를 당하면서도 피땀 흘려 노력한 노동자들 덕분이라고 보는 견해와 이와는 반대로 개발독재로 상징되는 정부의 강력한 수출 지원 정책과 박통의 지도력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 같은 거 말입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제 주변은 거의 전부 한나라당 판입니다. 어르신들의 한결같은 말씀은 이런 거죠.

“노 대통령이 나라 말아먹었다.”

제가 노 대통령 임기 중에 수출이 2배가 넘게 늘어 올해 말에는 360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라고 말씀을 드리면, 그건 좌파 정부가 주도하는 반기업 정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기업인들 덕분이라고 하십니다. 오히려 노 대통령 때문에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 정도밖에 못 한 거라고 하십니다.

다 좋습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식으로 수출에 있어서의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기업의 역할을 확대해서 보시려면, 마찬가지의 잣대를 박통 시절에도 적용하는 게 순리겠죠. 박통 시절의 수출 증가는 박통의 위대한 영도력 덕분이고 노 대통령 시절의 수출 증가는 좌파 정부의 탄압 속에서도 이루어낸 기업인들의 불굴의 투지로 돌린다면, 대략 난감이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정부 정책, 특히나 경제 정책에 관해서는 박통 시절이 더 좌파적 성향이 강한 상태였는데 말입니다. 경제 정책, 특히나 제1차, 제2차 해가면서 박통 집권 기간 중 지속된 ‘경제 개발 5개년 계획’ 같은 계획 경제와 물가 통제 같은 면이나 국민복 의 도입 같은 면에서는 박통 시절이 지금보다 몇 배나 사회주의적 요소가 많은 시절이었는데…… -.-;

반대로 박통에 비판적인 분들께서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박통 시절의 경제 성장을 폄하하시죠? 그렇다면 마찬가지 논리로 현 정부의 경제 성장 역시 같은 논리로 매도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계시는 걸 겁니다.

한번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이번 정부 들어서 소위 과학기술부분을 지원하는 정부예산 비율이 예전에 비해서 거의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뭐.. 예전에는 먹고살기 바쁘고 도로, 항만 같은 사회 기간 시설도 부족했으니 거기 쓸 돈도 모자란 판에 예산을 쪼개고 쪼개다 보니 그럴 수도 있었겠죠.

아무튼 이런 정부의 대규모 과학 기술 부분 지원 덕분에 미국 내 특허 출원 건수가 DJ와 노무현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2001년에 8위
2003년에 7위
2005년에 6위
2006년 10월에 드디어 영국을 제치고 5위가 됐습니다.

이제 우리 앞에 있는 나라라고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정도죠.

“뭐.. 출원이 대수냐…… 실제로 특허 등록을 해야지.” 하시는 분들께서도 계실 테죠.

그렇다면 미국 내 우리나라의 특허 ‘등록’ 순위는 이미 세계 4위라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산업 재산권 출원 건수도 이미 세계 4위고요.

경제 규모가 중국, 인도, 브라질에 밀렸다고 방방 뜨는 보수 언론들도 있지만, 적어도 2007년 대한민국은 남해안에서 서울까지 물길을 내는 경부운하 건설 같은 물량을 투입하면 생산이 증가하는 산업국가라기보다는, 특허나 지적 재산권 같은 지식사회로 가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OECD나 각국의 경제 연구소에서 나오는 경제 보고서를 봐도 우리나라를 이들 중국, 인도, 브라질과 동급으로 보는 보고서는 없습니다.

우리도 못 느끼는 사이에 우리는 이미 세계 속에 우뚝 선 실력 있는 나라로 변해 버린 거죠.

그럼 이런 특허 순위의 상승은 DJ와 현 정부만 잘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냐……
그런 식의 해석이 바로 당파성이라는 겁니다.

아무리 박통을 씹어대는 사람들도 적어도 박통 시절 공대의 대규모 증설에 따른 엄청난 숫자에 달하는 공대생의 증가는 부인할 수가 없을 겁니다. 70, 80년대에 사회로 쏟아져 나온 그 수많은 공대생이 다 어디로 갔겠습니까?

제가 사는 이곳 미국 동네에도 연세가 40대, 50대인 한국 출신 공대 졸업생들이 꽤 됩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에서 경력을 쌓다가 ‘이게 될만한 아이템이다.’ 싶어서 독립해 나와 사업체를 차려 큰돈을 만지는 분들이 있죠.

미국이나 세계적으로 특허 출원이나 등록의 순위상승 바탕을 이루는 이런 식의 인적 인프라는 박통 시절 뿌려 놓은 공대 지원 정책의 산물에, 지식 사회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한 DJ와 노 대통령 정부의 강력한 과학 기술 분야 투자 정책을 합친 합작품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현 정권을 죽어라 싫어하시는 분들께서 이곳에 많이 계신 거 압니다. 하지만 현 대통령의 업적을 폄하하는 논리가 그대로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을 폄하하는 논리가 되고, 반대로 박정희 대통령을 옹호하는 논리가 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데 사용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내편을 옹호하는 논리로 다른 쪽을 비난하는 데 사용하고 또 다른 쪽을 비난하는 논리로 내편은 옹호를 하는 당파적인 자세로는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이 나올 수 없습니다.

현 정권 기간 중 가장 욕을 먹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도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부동산 가격폭등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입니다. 그리고 당시 집권 여당인 공화당과 건설 재벌 간의 부동산을 이용한 부패 실태는 지금의 눈으로 본다면, 엽기 그 자체겠죠. 당시의 살아 있는 화석이 바로 현재 전체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이명박 씨와 그 친인척의 부동산 실태 그 자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이미 지나가 버린 박정희 대통령 당시의 일로 현 정부의 부동산 실책을 비교해서 현 정부의 부동산 실책이 별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 또한 또 다른 당파적 자세겠죠.

다만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절이 가장 살기 좋았다.’ 라고 주장하려면 적어도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할 근거는 사라진다는 걸 깨닫기 바랍니다.

또한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절이 가장 살기 좋았다.’ 라고 주장하려면 적어도 현 정권 기간 동안 이루어진 수출 증가와 과학 기술력 향상 역시 높이 인정해 주어야 할 겁니다.

제가 사는 미국 얘기마저 조금 더 하고 글을 마무리하죠.

미국 온 지가 세어보니 벌써 11년째더군요. 주변에서 몸뚱이 하나로 이민 오셔서 고생스럽게 돈 벌며 자식들 교육시키는 많은 분을 옆에서 접하게 됩니다. 제가 살아온 몇몇 동네의 경우 소위 그로서리 스토어라고 해서 흑인 동네나 백인 하층민들이 사는 동네에 잡화점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예전에는 이들을 상대로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주거나 각종 식음료, 생활 잡화를 팔아가며 장사는 비록 치안이 불안정한 동네에서 할지언정 가족들과는 고급 백인 주택단지에서 생활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전부터 월마트 같은 대형 할인점들이 시골구석까지 진출하면서 이들 미주 한인들의 조그마한 잡화점의 영역을 크게 흔들고 있답니다. 월마트가 진출하면 반경 수 킬로미터 안의 잡화점들은 다 망합니다. 물론 자동차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시골구석의 잡화점은 운영이 되겠지만 그래도 예전만은 못하죠.

누군가가 미국 경기가 어떠냐고 물었을 때, 이런 식으로 월마트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가게를 운영하는 한국 분들의 이야기만 듣는다면, 미국 경제를 경제 파탄 수준으로 판단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겁니다.

한 나라의 실물 경기를 판단하는데 택시 기사들의 목소리와 재래시장에서 장사하시는 상인들의 목소리에만 의존한다면 아무리 이리저리 생각을 해 봐도 올바른 방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17살짜리 여고생이 운영하는 인터넷 의복 사이트가 연간 매출 17억을 올렸다는 이야기를 봤습니다. 황신혜 씨나 이혜영 씨가 운영하는 온라인의류업체도 연간 매출이 100억을 넘는다는 기사도 보고…

아마 예전 같으면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상당부분 재래시장에서 구입할 물품들이 이제는 위에 제가 언급한 온라인유통구조를 통해서 판매되고 있을 겁니다. 물론 대형할인판매점들이 이들 재래시장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도 한몫을 할 테고요.

그리고 택시 기사 분들께 요즘 경기 어떠냐고 물어보시는 걸로 경기를 판단하시는 분들께 한 가지 자료를..

교통개발연구원이 2004년 11월에 발표한 국내택시 총량과 택시승객 수에 대한 정보입니다.


이미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90년부터 YS시절을 거쳐서 택시 한대당 담당하는 승객의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였습니다. 현 정권 들어서 새삼스럽게 생긴 현상이 아니란 말입니다. 점차로 소득수준이 오르니 자가용은 늘어나니 승객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반대로 택시는 계속 증차되고…

이런 추세는 한나라당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전국적으로, 특히나 서울의 택시 수를 대폭 감소시키지 않고서는 결코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은 없는 상태입니다.

더군다나 서울은 택시 한대당 인구수가 142명입니다. 반면에 뉴욕은 한대당 658명, 런던 345명, 동경 231명.

이러니 택시를 기준으로 한 국가의 경제 활성 정도를 따지는 건 아무래도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있죠.. 특히나 서울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할 테고요.

현 정부를 비판한다면 재래시장이나 택시기사 분의 의견을 붙잡고 늘어지는 건 결코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차라리 악화된 청년 실업과 노동 조건을 언급하면 모를까?

누구는 청년 실업의 근본적인 원인을 IMF 탓으로 돌리며 현 정부의 책임을 낮춰서 보시기도 하시던데……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현 정부의 책임도 IMF를 불러온 지난 정권들보다 크면 컸지 결코 작다고 할 수는 없죠.

보수적인 분들이야 좌파 정부다 어쩐다 하지만, 솔직히 현 정권의 경제 정책은 신자유주의에 충실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겁니다. 결국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고, 사회 전체를 보다 강도 높은 경쟁 체제로 만들어 간 거죠. 길게 보면 국가 경쟁력은 강화되었을지 모르지만, 덕분에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경쟁 대열에서 낙오한 것입니다.

노 대통령은 한다고 했을지 모르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을 무리 없이 뒷받침하려면 충분한 수준의 사회안전망이 공급되어야 하지만, 사회가 경쟁체제로 진행되는 속도만큼은 각종 복지정책을 포함한 사회안정망 체제의 확충이 따라가 주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이런 부분까지 현 정부의 정책을 옹호해 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물론 골 때리는 야당이 저렇게 떡 버티고 있으니 정부로서 운신의 폭이 좁았다고 할지 몰라도, 그렇게 야당 탓만 하고 있을 거면 왜 정권을 잡았냐고 하는 게 맞겠죠.

반대로 자신에게 독인지 약인지도 모르고, 자신의 이익과 정반대인 정치 집단에게 표를 몰아준 어리석은 유권자들의 선택도… 지적을 안 할 수가 없네요… 자승자박이죠. 한나라당이 집권을 하면 사회적인 약자들, 위에 언급한 재래시장의 상인들이나 청년 실업자들 그리고 택시기사분들에게 햇살이 들기는 하려는지…… (-.-;)

현 정권 집권기간 중 내내 포퓰리즘 정권이니 뭐니 하면 지독한 비난을 일삼은 박근혜 의원이 내놓은 정책안이 ‘줄푸세’ 랍니다. 여기서 ‘줄’은 세금을 줄인다는 말이죠. 현재 OECD 국가 중에서 석유가 나는 멕시코, 그리고 국가부채가 산더미 같은 일본, 미국을 제외하고는 국민 일인당 세금부담 비율이 가장 낮은 대한민국에서 또 뭘 세금을 줄인다는 건지.. 그러면서도 각종 복지 정책의 확대는 무진장 약속을 하고.

포퓰리즘의 정수… 거의 예전 아르헨티나의 패론 정권의 환생을 보는 듯해서 입맛이 씁쓸한 정도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후보가 현재 지지율이 30% 정도네요.

대한민국의 양식 있는 경제부 기자는 다 죽었는지….

쓰레기 같은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얘기하느라 아까운 시간 허비할 생각은 없습니다.

얼마 전 노짱방에서 한 분이 올리신 글이 가슴을 후벼 파더군요. 이랜드 사태에 대해서 서프에서 제대로 된 대문글 하나 올라온 것이 없다고.

일차적으로 현 노동법을 악용한 이랜드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는 건 맞는 말이지만, 그리고 한나라당이라는 꼴통 정당이 의회에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히 노동자들을 보호해 줄 입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인정한다고 해도….

이번 이랜드 사태에 정부가 보인 모습은 단순히 실망스럽다고 하기에는 그 정도가 심했다고 봅니다.

그런 식의 공권력 투입이 처음이 아니죠? 예전 롯데 사태 때도 예전 군사정권 시절에 흔히 볼 수 있던 장면들이 연출되었던 걸 저만 기억하고 있는 건가요?

여기 서프에서는 민노당 지지자들을 ‘민노찌질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이번 한미 FTA에 보인 민노당과 그 주변의 시민단체들이 보인 합리성이 결여된 주장에 실망도 많이 하고 또한 귀족화된 대기업의 노조에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노동법 개정이나 이번 이랜드 사태 같은 경우 길바닥에 내몰린 노동자들을 그나마 옹호하는 정치집단은 민노당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다시 당파성 얘기하죠.

서프에도 엄연히 당파성이 있습니다. 이번 이랜드 사태를 언급한 대문글 하나 없이 서프가 이랜드 사태에 침묵하고 넘어간다면, 예전 군사정권하에 수도 없이 자행된 대규모 노동탄압에 대해서도 침묵하는 게 맞습니다.

총리 인준 때와 자당의 대통령 후보가 저지른 위장전입에 대해 한나라당의 정치인들이 보이는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당파성을 비난하지만, 결국 우리에게도 마찬가지 당파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남의 허물만 지적하고 우리의 문제점에 서로 쉬쉬하고 덮어 주고 간다면, 이런 자세가 서서히 우리를 한나라당과 같은 물이 들게 하는 시작이 되고 말 겁니다.

그럼…… 실정법에 어긋나는 불법 파업 행위에 대해 정부가 손가락만 빨고 있으라는 거냐…… 하고 호통을 치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예전 군사 독재 정권들도 공권력의 투입은 언제나 실정법에 따르고 있었습니다.

어떤 식이 되었건 이번 이랜드 사태로 구속이 되거나 실질적인 처벌을 받게 되는 이들이 없도록 정부에서는 지혜로운 법 적용을 하도록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탐욕스러운 기업들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는 현 노동법 개정에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당파성에 대해 더….

저 예수쟁이입니다. 그것도 아주 꼴통 예수쟁이입니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에서 보듯이 예수쟁이들에게 꼴통적인 요소가 많습니다만, 저 역시 식구들 모두 데리고 북한에 들어가 선교 겸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려고 벌써 몇 년째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놓고 일을 추진 중입니다.

현실적으로 황당해 보이지만 신앙적 동기라면 무슨 짓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죠. 물론 이번 아프카니스탄 사태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이런 예수쟁이가 예수쟁이 기업인 이랜드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론 서프앙 여러분과도 함께 하고 싶기도 하고.

예수의 12 제자 중에 야고보 사도라는 양반이 있습니다. 예수의 공생애 기간 중에 함께 활동하고 이후에도 엄청난 박해 속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신 분이죠. 그런데 이분은 다른 예수의 제자들과는 조금 다른,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답니다.

예수야 어머니인 마리아가 성령에 의해 처녀 잉태했다고 하지만, 그 이후 마리아의 남편인 요셉과의 사이에서 동생이 태어나는데, 예수의 현실에서의 동생이 바로 이 야고보입니다. (댓글을 통해서 루탄님께서 지적을 하셨습니다. 당시 유태 사회에서 '형제'라는 표현이 반드시 혈연관계의 형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저는 마태복음 13장 55절과 마가복음 6장 3절, 갈라디아서 1장 19절에 나오는 '예수의 형제'라는 표현을 통해서 야고보 사도를 예수의 친형제로 판단했읍니다만, 로마 카톨릭과 동방정교쪽에서는 성모마리아의 동정성과 관련해서 위의 구절들을 다르게 해석한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교리논쟁으로 천주교도분들을 불편하게 해 드릴 목적은 전혀 없었습니다.다만 어려서부터 예수를 가까이서 접할 기회가 있던 사도로 해석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위의 표현이 천주교 신자분들을 불편하게 해 드린 점 사과 드립니다.)

예수가 30살이 넘어서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까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요셉을 대신해서 식구들을 돌본 목수 예수 형을 거의 한평생 옆에서 지켜보고 자란 사람이 바로 이 야고보 사도입니다.

야고보 사도가 쓴 신약이 바로 ‘야고보 서’입니다. 그런데 성경에서는 많은 부분 구원이 믿음으로부터 온다고 쓰여 있습니다. (뭐.. 꼭.. 그런 건 아닙니다만, 많은 경우 그렇죠.) 그런데 이 야고보 사도의 편지인 ‘야고보 서’에서 만은 아주 강한 톤으로 믿음은 행함으로부터 온다고 하고 있죠.

아마 어려서부터 한평생을 예수형을 옆에서 지켜봐 온 동생의 눈에 비친 기독교의 ‘구원관’ 이란 점에서 저의 시선을 끕니다만….

아무튼… 이 야고보서의 5장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1. 들으라 부한 자들아 너희에게 임할 고생을 인하여 울고 통곡하라
  2. 너희 재물은 썩었고 너희 옷은 좀먹었으며
  3. 너희 금과 은은 녹이 슬었으니 이 녹이 너희에게 증거가 되며 불같이 너희 살을 먹으리라 너희가 말세에 재물을 쌓았도다.
  4. 보라 너희 밭에 추수한 품군에게 주지 아니한 삯이 소리 지르며 추수한 자의 우는 소리가 만군의 주의 귀에 들렸느니라.
  5. 너희가 땅에서 사치하고 연락하여 도살의 날에 너희 마음을 살지게 하였도다.
저도 이랜드가 특이한 기업체라는 거 압니다. 여기저기 선행도 많이 하는 기업인 것도 알고요. 주요 간부들이 신앙심이 깊다는 것도 알고…

하지만, 엄연히 계약직 노동자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현행 노동법을 악용해서 자신들의 기업을 위해 지난 세월 열심히 일 해온 계약직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건 현 노동법의 입법 취지와도 맞지 않고, 이런 개뿔 같은 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랜드란 기업이 간판에 내세우는 예수의 가르침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네요.

위에 야고보서 5장 4절에 품꾼들이 받지 못한 삯이 내지르는 소리와 추수한 자들의 우는 소리가 하나님 귀에 들린다고 쓰여 있죠? 길바닥에 내몰리고 공권력에 끌려간 저들 계약직 노동자들의 울음소리가 하나님 귀엔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제게 사촌 형님 한 분이 계십니다. 사촌누님은 꼴통 예수쟁이지만, 이 형님은 노름도 좋아하시고 세상을 무척이나 즐기며 사시는 분이죠. 대신 사업수완은 좋아서 돈은 잘 버는 분입니다. 이분이 거의 20년 전에 국내에서 운영하시던 제조업체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했습니다. 그 당시 회사 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건 당연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주변 회사들에 일일이 연결을 시켜서 직원 전원을 취직시켜주고, 그리고 일부 직원들은 매니저급으로 승진시켜서 인도네시아로 함께 데리고 갔습니다.

예수쟁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작은 회사 하나를 운영하는데도 운영의 묘가 있고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준 직원들에게 끝까지 인간적 도리를 하는 건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마음 자세가 아닌가 합니다.

이랜드가 부도에 몰릴 만큼 재정상태가 나쁜 회사는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건지.. 정말 답답하네요.

이렇게 비참한 기분으로 서프에 글을 올려 보기도 처음입니다. 제 안의 당파성과 그리고 여기 서프에서조차 드러나는 우리들의 당파성에 대해서 한번 써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