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에 sonnet님께서 자신의 블로그에
거기에는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북한에 가서 김정일과 만찬을 하며 당시 북핵문제 해결의 마지막 장을 장식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장관의 회고록(Madam Secretary: A Memoir)의 일부를 소개해 주신 내용이 있습니다. 즉 자신이 바로 전 주까지 일하던 상원의원 사무실에서의 입장과 불과 나흘만에 새로 옮긴 백악관에서의 입장이 다름에 놀라는 장면이 나오죠. 제가 따로 첨언을 하느니 모두들 한번 저 위의 링크를 따라 sonnet님께서 정성스럽게 정리를 해 주신 내용을 읽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sonnet님께서 말씀하신 올브리이트 장관이 스스로 놀란, 즉 '자리에 따라 바뀌는 입장'이란 것이 꼭 비꼬아 볼 일은 아니라는 지적에 동감합니다. 그리고 sonnet님의 글에 담긴 아래 표현 역시 동감하는 편입니다.
이제 sonnet님의 저 글을 모두 읽어 보셨을 걸로 생각하고 제 얘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오늘 제 한RSS를 통해 중앙일보 노태운기자의 블로그 글 하나가 배달이 되었습니다.
이동관 대변인 기자시절 '독도컬럼'
http://blog.joins.com/n127/9809143
이 글을 보시면 지금 청와대 대변인으로 활약(?)하시는 이동관 대변인의 최근 독도와 일본 관련 발언들과 그가 동아일보 정치부장을 맡고 있던 2005년 3월의 칼럼 내용이 앞서 소개해 드린 올브라이트 장관의 그것만큼이나 바뀐 사실을 쉽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정치인들이 새로운 직책에 따라, 소속 기관이 표명하는 정책에 충실한 입장으로 바뀌는 것에 나름대로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점에 이의가 없습니다만, 이동관 대변인의 저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기에는 뭔가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지난 몇 년간을 복기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언론인 이동관씨가 사용하던, 언론계에서 정부를 공격하던 자료와 논리에 변한 점은 하나도 없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도 3년 전과 변한 것이 하나도 없고, 매번 정권을 잡겠다고 나선 우리의 정치인과 그 정치인들이 집권 초반에 보이는 '과거사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실용'을 앞세운 우리 정부의 대일외교 의욕도 노통 때나 이명박 대통령 때나 여전하고. 더군다나 매번 이렇게 일본 정부에게 뒤통수를 맞고는 제풀에 열 받아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는 정부의 모습도 하나 변한 것이 없고.
제일 기분 나쁜 건, 2005년 이동관 당시 동아일보 정치부장이 한 것처럼 그때나 지금이나 매번 일이 이렇게 될 걸 다들 알고 있었다는 듯이 글 질을 해대면서도, 막상 정권의 핵심에 들어가서는 자신의 노하우(?)를 정책에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역대 정부들이 당한 것 그대로 당하고 나서는, "일본 측 언론플레이의 결과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라는 또 다른 '국내용 언론플레이'를 하는 모습에 탄식이 나오는 건 정말 어쩔 도리가 없더군요.
문민정부가 이번으로 4번째입니다. 매번 똑같은 제안을 하고, 또 똑같은 뒤통수 맞기에, 똑같은 분노를 표하고, 똑같은 '국내용 언론플레이'를 하고. -.-;;
이제 이 정도 경험이 축적되었다면, 전임 정권의 모든 정책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내가 하면 뭔가 다른 결과가 나올 거다'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맨땅에 헤딩하기를 계속할 것이 아니라, 전임 정권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도 좀 따져보고, 그들이 실패를 통한 학습 속에서 최종적으로 정한 정책과 경험을 비판적으로 수용해서 자신의 가치관과 정책에 창조적으로 접목시키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꼭 이번 정부만 들으라고 하는 소리라기보다는 앞으로 어떤 성격의 정부가 들어서던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일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