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이명박 (2) “아마추어리즘이라고?”
- 10년간의 공백과 쓰레기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의 재평가에 이명박씨가 가장 큰 기여를 할 거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지난 5년간 '막말'한다고 노통을 씹어 댔던 보수적인 양반들의 입을 한방에 다물게 한 장본인이 바로 이명박씨라고 말씀드렸죠. 많이들 공감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의 지난 5년을 집요하게 따라다닌 또 다른 수식어가 있습니다. 바로 '아마추어 정권','아마추어리즘'이란 딱지죠. 뭐 작은 일 하나만 터져도, 뭐 조그마한 정책 시행에 오류만 발생해도, 정권 자체가 아마추어라고 매도하며, 예전의 프로 정권들(?)과는 달리 근본이 글러먹은 집단이라고 폄하하기 바빴던 게 엊그저께 같네요.
그 아마추어 정권이라는 딱지도 조만간 떨어져 나갈 것 같습니다. 뭐… 이 역시도 이명박씨의 공이 지대한 것 같네요.

<그림> 경향신문 김용민 화백 만평
얼마 전 이명박 캠프에서 부시와의 면담이 성사됐다며 엄청나게 설레발을 떨었죠. 거기다 박형준 대변인이 나서서 '이 후보의 위상을 인정하는 동시에, 차기 정부를 내다본 것'이라고 떠들어 댔죠. 더불어 '공식채널을 통한 공식 면담에 의미가 크다.'라고 까지 했으니. ㅋㅋㅋ
나중에 뚜껑을 열어보니 공식채널은커녕 강영우 미 백악관 장애위원회 정책위원이 멜리사 버넷 백악관 의전실장으로부터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말을 들은 게 다였으니… 쯧쯧쯧.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저렇게 외교관계에 기본적인 개념이 없이 국내 정치에서나 통할 주먹구구식 접근법을 국제 사회에서조차 들이대다니 용감한 건지 무식한 건지.
게다가 화룡점정이라고 해야 하려나 '한국 정부 압력설'같은 정말 한국정치판에서나 통할 개소리를 해대니 잠잠히 넘어가려던 백악관에서조차 '말도 안 되는 주장'이란 막말까지 듣게 되죠. 이게 한 국가의 유력 대선 주자가 미국 백악관에서 들을 소리냐 말이에요. 미국 살면서 이런저런 나라의 별의별 외교적 망신살을 다 봤지만, 이런 개망신은 보다보다 처음이네요.
아마도 예전에 각종 땅 투기로 국민 여론이 비등할 때, 청와대 음모설, 청와대 조작설로 탈출했던 때를 생각한 모양인데, 참… 양심을 어디다 저당 잡힌 언론이 득실대고, 지식인들도 모두 대가리를 땅속에 파 묻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 같은 황당무계한 상황에서나 통했던 수법이지 겁 대가리 없이 국제 정치판, 그것도 남들 이목이 따가운 미국 백악관에 대고 그런 소리를 해 대고, 그게 통할 거라고 믿었다니… 정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저런 정신 머리를 가진 집단이 집권해서 우리의 외교를 좌지우지할 걸 생각하면, 벌써 등골이 서늘하네요.
같은 당에서조차 '아마추어리즘의 극명한 사례'라고 했다지만, 이건 아마추어리즘 정도가 아니고 국제적 상식이 전혀 없는 여의도판 생양아치 집단의 한판 '쇼쇼쇼'를 보는 느낌이네요.
하긴 예전에 작통권 이양 문제 때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전에 약속도 없이 미국 의원들이나 장관들 만난다고 우르르 미국에 몰려갔던 거 기억하시나요? 이게 한국처럼 사전 약속 없이도 국회의원 배지만 보여주면 아무나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그리고 거기다 대고 호통을 치면 통할 거라는 정말이지 여의도에서나 볼 수 있는 황당한 감각을 갖고 있는 무리들이기에 가능한 짓거리지, 미국 생활을 조금이나마 이해한다면 감히 시도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랍니다. 하긴 그런 국회의원들로 이루어진 당이나 그 당에서 뽑힌 대선 후보나 거기서 거기이기는 마찬가지 일 테지만.
그럼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국민의 50% 이상이 차기 대통령으로 뽑아 주겠다고 하는 후보와 그 후보가 몸담고 있는 정당에서 벌어지는가? 그걸 이해하려면, 한나라당이 주야장천 입버릇처럼 떠들어대는 '잃어버린 10년'이란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죠? 강산만 변하나요? 사람도 변합니다. 10년이면 소위 공화당, 민정당, 신한국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이어져 오는 부패하고 무능한 군사정권의 잔재에 몸담고 있던 이들 중에 정부에서 주요직책을 맡아본 사람이 씨가 말라 버린다는 말이죠.
즉 현재 한나라당을 이루는 면면들 중에 소위 정권의 실세나 장·차관 아니면 지방자치단체장 수준의 경험이 있는 이들이 극히 적습니다. 기껏해야 박희태나 김기춘 같은 왕년(?)의 법무부 장관들이나 정형근 같은 안기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정도죠. 물론 그 외에도 몇 명 장·차관들이나 지방 광역단체장 출신들이 있기는 하지만 소위 메이저급들은 아니죠. 그것도 대략 10년 이상의 옛날 얘기입니다. 그러나 보니 고급 정보나 소위 집권의 경험과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진득한 맛이 없어진 겁니다.
그리고 이번 일에서 보시듯이 소위 국제적 감각을 갖고 있는 외교 라인에 써먹을 만한 인물은 정말 눈을 씻고 봐도 아무도 없습니다. 이명박씨의 최대 약점이 국제 외교라고 하죠?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이명박씨와 그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집권 경험 부족과 자질 부족이 진짜 문제입니다. 거기에 더불어 이명박이란 개인의 철학 부재와 인성 부족이 더해진 것이고요.
한나라당 하면 왕년의 집권 세력이니 뭔가 달라도 다를 거라고, 왕년의 프로(?)들이라고 생각하시는 어르신들이 아직도 계시겠죠? 쥐뿔은. 지난 10년의 공백기는 한나라당을 집권 경험이 있던 야당이 아니고 여의도 주변을 한발이라도 벗어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양아치 쓰레기 정당으로 만들어 놓은 거죠. 한나라당의 잃어 버린 10년이라 함은 이런 깊은(?) 뜻이 담겨 있답니다.
그나저나 이젠 정말 큰 기대가 되네요. 이제 다음엔 노무현 정권의 어떤 딱지를 떼어 주려는지. 집권도 하기 전에, 이렇게 짧은 기간에 그런 큰 업적을 내다니 과연 인물은 인물이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