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은 말 그대로 100%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인문학은 특성상 그러기가 어렵죠. 사회학은 그 중간쯤 되겠구요. 인문학이나 사회학 영역에 해당되는 주제에 대해서 자연과학적인 접근법을 강요하는 것도 결코 논리적인 자세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인정하기 싫은데 거절할 명분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죠.

 

우리 과학 이야기나 해봅시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데, 그게 만유인력 때문이라면서요. 뉴턴이 그랬다는데, 나중에 아인슈타인이 그게 아닌 것 같다고 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아인슈타인이 맞습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을 적용해야만 하는 영역이 아닌 부분에서까지 구태여 상대성이론을 들먹이면 골치만 아픕니다.

 

뉴턴으로 충분할 이야기를 아인슈타인으로 끌고 가면 다들 관심 없어집니다. 혼자서 즐기고 싶다면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겠지만, 모두가 참여하기를 바란다면 그래서는 안 됩니다. 자신이 잘났다는 거 외에는 의미 없는 이야기만 하게 되니까요.

 

누구를 비판 내지 비난하거나 반대할 경우 나름대로 이유는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체면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다보니 본심을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죠. 김대중이 호남이라서 싫다고 얘기할 수는 없으니까, 빨갱이라서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들도 속으로는 압니다. 사실 빨갱이 아니라는 거.

 

참여정부가 부동산문제를 악화시켰다는 주장을 제가 인정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부동산문제를 악화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억울하다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문제가 참여정부의 실정으로 거론될 하등의 명분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게 사실은 선방했든 엉망으로 만들었든 상관없이 말이죠.

 

우리가 외국에 비해서 이만큼 선방했다는 이야기 다 필요 없습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모든 걸 다 객관적으로 분석한 후에 그런 결론 내린 것은 아니라는 거 모르는 사람 있나요? “니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사실은 이런 거니까 내가 참 잘 한 거야”라고 객관적인 진실을 가르쳐주면 다들 동의하리라고 여긴단 말입니까?

 

Crete이 좋아하시는 과학 이야기로 다시 돌아갑니다. 빛은 중력에 의해서 휜다고 그러죠. 그래서 태양 주변을 통과하는 빛이 실제로 직진하지 않고 휘는 것을 관찰함으로써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되었고, 무명의 특허국 직원이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죠.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진실이라고 주장했던 실제 내용은 그게 아닙니다. 빛은 어떠한 경우에도 직진합니다. 어떠한 공간에서도 빛은 최단거리를 지나는데 그걸 측지선(geodesic line)이라고 하죠. 공간이 휘었던 휘지 않았던 빛은 그 공간 내에서 직진할 따름입니다. 측지선을 따라서 진행한다는 뜻이죠. 다만 휜 공간에서는 휘지 않은 공간과 측지선이 다를 뿐이고, 휘지 않은 공간에서 휜 공간을 관찰하면 그게 직선이 아닌 것으로 보일 뿐입니다.

 

알다시피 중력은 공간을 휘게 만듭니다. 태양의 중력에 의해서 휘게 된 공간에서도 여전히 직진하는 빛을 지구에서 바라봅니다. 중력의 근원인 태양에서 보다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만큼 중력의 영향을 덜 받아서 덜 휜 공간인 지구에서 바라보는 경우 빛이 직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 뿐이라는 의미입니다. 이걸 그냥 중력은 빛을 휘게 만든다고 이야기해야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죠.

 

속도를 줄이지 않고 급하게 죄회전하면 조수석에 않은 사람이 차문에 몸을 부딪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원심력 때문에요? 원심력이란 실재하지 않는 허구의 힘이라는 것은 아시죠? 없는 힘을 설명의 편의를 위해서 억지로 만들어 낸 거잖아요. 승객은 관성에 의해서 계속 직진하는데 자동차의 일부분인 차의 문은 자동차와 함께 좌회전하다보니 그 놈의 문짝이 직진하는 승객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 되고, 그 결과 승객이 그 문에 부딪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복잡하게 이야기할 필요 있나요? 학자들끼리 학술회의 하는 것도 아닌데 말예요. 그냥 원심력 때문이라고 해도 됩니다. 아니 그게 더 좋은 설명입니다.

 

뉴턴은 질량을 가진 물체들끼리는 서로 상대방을 끌어들인다는 소위 말하는 중력이라는 것을 당연한 하나의 공리로 가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갔는데 비해, 아인슈타인은 왜 질량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래야 하는지 그 근본 원인을 설명하지 않은 뉴턴이 답답해서 그에 대해서 그동안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진실이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했던 거죠. 그래서 나온 결론이 저 위대한 상대성이론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질량은 공간을 휘게 하고 그 휜 공간 내에서는 질량이 더 작은 물체가 큰 물체에 다가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완벽하게 설명했습니다. 질량은 공간에게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것인가를 정한다면 공간은 질량에게 어떤 방식으로 운동할 것인지를 결정한다는 것이죠. 질량에 의해서 휜 공간 내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을 밖에서 보면 서로 끌어당기는 것과 같은 결과를 야기하니까, 우리는 그것을 만유인력이라고 표현할 뿐입니다.

 

하지만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데 그게 태양의 만유인력에 끌려가지 않는 이유가 원심력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과 지구의 원심력이 같아서 지구가 태양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면 됩니다.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말예요.

 

애초부터 원심력도 없고,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만유인력도 없으며, 다만 실재하는 것은 태양의 중력에 의해서 휜 공간이 있을 뿐이고, 그 휜 공간을 지구는 직진하고 있을 뿐입니다. 지구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계속 직진하지만 밖에서 보면 빙빙 돌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라는 과학적인 진실을 일반사람들에게까지 일일이 설명하면 뭐가 달라질까요?

 

세상 모든 일을 자신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과 같은 수준일 것이라고, 아니 그래야 한다고 믿습니다. 결국 자신의 이야기만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이야기하는 대상들의 눈으로 내려가지 않고 계속해서 높은 위치에서 고고하게 놀면 자신이 우월한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 이외에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했지만, 아무 이야기 하지 않은 것과 결과가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볼 때 그 전과 달라진 것이라고는 딱 하나뿐입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인간 참 똑똑한 것 같다는 거.

 

처음부터 목표가 그거였다면 그는 성공한 겁니다. 하지만 원래 목표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거라면 그런 방법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대상의 수준으로 내려가서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이야기만 하면서 그들의 역량을 키워가야 합니다. 그러면 지금은 불가능할지라도 나중에는 진실을 이해하는 날이 옵니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도 모르면서 잘났다고 앞에서 떠드는 인간들이라면 그런 인간 필요 없습니다. 그런 인간 그 자리에 올라가서는 안 되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걸 다 알면서도 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 인간은 더 나쁜 놈입니다. 그의 원래 목표는 우리가 알고 있었던 그것이 아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죠.

 

본의 아니게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기도 합니다. 해서 오늘은 이만 합니다. 차차 이야기해보기로 하죠. 그러다 보면 조용히 하고 싶었던 이야기마저 다 나오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덜 휜 공간에서 휜 공간의 빛에게 직진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라는 말은 강조하고 싶습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문제가 실정이다 아니다 하는 점에 대해서 전 관심 없습니다. 그걸 실정으로도 공으로도 여겨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파트 건설의 원가공개에 대해서만은 입장을 확실히 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걸 공개하는 것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 아직도 확실히 모르겠다는 겁니다. 그건 제가 더 공부를 하면서 정리해나가야 할 부분이겠죠.

 

그래도 이거 하나만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 때 집값 잡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수많은 무지몽매한 중생들이 이명박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그들이 참여정부의 집값문제에 불만이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게 집값 잡지 못했기 때문은 절대로 아니라는 거,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