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있었던 미부통령 토론회에서 공화당 후보인 페일린의 마무리 발언이 현재 미국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다음의 발언이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죠. ‘자유란 한 세대 만에 흔적을 감출 수 있습니다. 자유란 유전자를 통해 자녀들에게 전수되는 물건이 아닙니다. 우리는 투쟁을 통해서 자유를 쟁취하고 지켜내어 우리의 자녀들에게 물려주어야만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자녀들도 마찬가지로 자유를 지켜 낼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인생 황혼에 우리는 우리의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한때 미국이 자유로운 세상이었다는 걸 얘기해 주는 신세가 될 겁니다.’
It was Ronald Reagan who said that freedom is always just one generation away from extinction. We don’t pass it to our children in the bloodstream; we have to fight for it and protect it, and then hand it to them so that they shall do the same, or we’re going to find ourselves spending our sunset years telling our children and our children’s children about a time in America, back in the day, when men and women were free.

이게 페일린의 입에서 나오지만 않았다면, 그리고 미국이란 단어가 대한민국으로 바뀌기만 한다면 2008년 언론의 자유와 기본적인 시민들의 권리가 급속도로 훼손되고 있는 대한민국, 더도 덜도 말고 딱 현재 우리 상황에 대한 표현이겠죠.

탄광 속의 카나리아처럼 민주주의의 원칙이 파괴되는 작금의 현실을 예민하게 느끼시는 많은 시민들은 이미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안타까움과 두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그런데 말이죠. 저런 말이 페일린 입에서 나왔다는 게, 그리고 더 나아가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입에서 나왔다는 게 어쩐지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으시는지요.

오늘자 PNHP(Physicians for a National Health Program) 웹사이트에 의사선생님인 단 맥케인(Don McCanne, MD)이 기고한 글을 보시죠.

페일린이 자신의 마무리 발언에서 인용한 레이건 대통령의 발언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1961년에 노약자들을 위한 부분적인 의료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을 도입하려는 의원들의 노력을 저지하기 위해, 당시 전미 의료 연합회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가 주관한 메디케어 반대 캠페인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을 합니다.

1952년부터 지속적으로 미국 내에서 국민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려는 많은 노력이 있었는데 이 모든 노력들이 미국 내에 의사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단체인 AMA의 집요하고 광범위한 로비 덕분에 모두 물거품이 되고 있던 시절이죠. 1961년에도, 정 그렇다면 국민 연금에 기대어 살고 있는 노인들에게 만이라도 건강보험을 제공하자는 법안을 무력화하기 위한 또 다른 캠페인이 시작되었죠.

그 캠페인에서는 레코드 판을 만들어 미국 의회 의원들의 지역구민들에게 그 법안에 반대하라는 항의 편지를 쓰도록 선동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그 레코드 판 안에 레이건의 다음과 같은 발언이 담겨 있었던 것이죠.

레이건: (항의)편지를 지금 당장 쓰십시오. 친구들에게 전화도 해서 의원들에게 편지를 쓰도록 말하세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메디케어를 만들자는) 이 법안은 분명히 통과될 겁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그 다음에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일상에서의 자유를 침해하는 또 다른 연방정부의 법안들이 속속 등장할 겁니다. 그렇다면 노만 토마스(당시 유명한 미국의 사회주의자)가 말하듯이 어느 날 깨어보니 우리나라가 사회주의 국가가 된 것을 알아차리게 될 겁니다. 지금 당신이 (항의)편지를 쓰지 않는다면, 그리고 나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인생 황혼에 우리는 우리의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한때 미국이 자유로운 세상이었다는 걸 얘기해 주는 신세가 될 겁니다.’

Ronald Reagan Speaks Out Against Socialized Medicine LP recording, 1961, Woman’s Auxiliary of the AMA

Ronald Reagan: Write those letters now. Call your friends, and tell them to write them. If you don’t, this program (King-Anderson version of Medicare) I promise you will pass just as surely as the sun will come up tomorrow. And behind it will come other federal programs that will invade every area of freedom as we have known it in this country, until, one day, as Norman Thomas said, we will awake to find that we have socialism. And if you don’t do this, and if I don’t do it, one of these days, you and I are going to SPEND OUR SUNSET YEARS TELLING OUR CHILDREN, AND OUR CHILDREN’S CHILDREN, WHAT IT WAS ONCE LIKE IN AMERICA WHEN MEN WERE FREE.

WHAM campaign (Women Help American Medicine):
http://www.larrydewitt.net/Essays/Reagan.htm

mp3 audio of “Ronald Reagan Speaks Out Against Socialized Medicine”
http://blogfiles.wfmu.org/KF/reagan1.mp3


미국에선 전후 문맥도 살펴보지 않고 온라인 상에서 구할 수 있는 레이건의 어록으로부터 이걸 짜집기해 온 페일린의 보좌관들과 이걸 얼씨구나 하고 자신의 중요한 토론회 마무리 발언의 핵심 내용으로 써 먹은 페일린을 조롱하기 위한 네티즌들의 비아양을 담은 한판 헤프닝이겠지만

그런데 이걸 보고 있는 저는 왜 등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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