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승병님께서 광우병에 대한 글을 또 쓰셨습니다.
섭씨 400도를 견뎌내는 프리온? 과장의 역풍을 경계하자
일단 저 역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fact가 아닌 것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니 서론에 언급하신 내용에 대해 가타부타 할 생각은 없습니다. 현재 저도 조금은 더 정리된 글을 준비 중입니다.
오늘 쓰신 글의 요지에 대해서는 크게 동감합니다. 그런데…
일단 자료를 하나 제시할까 합니다.
광우병으로 넌더리가 나게 고생을 한 대영제국의 보건성(Department of Health)에서 2007년 2월에 제작해서 배포한 ‘광우병 유발 인자 취급법, TSE: safe working and prevention of infection’ 입니다. 링크도 달겠습니다.
http://www.dh.gov.uk/en/Publichealth/Communicablediseases/CJD/CJDGeneralInformation/DH_4031067
문서 하단에 광우병 유발 인자에 오염된 도구나 시설의 소독 및 세척 방법을 포함해서 현재 영국 정부가 가이드 라인으로 잡아 놓은 내용들이 쭉~~ 나옵니다.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현재 TSE 제거에 적절한 약품은 락스와 1N NaOH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둘 다 1시간 정도 담과 놓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121 C 15분 이나 130 C 이상의 간헐 멸균법도 모두 TSE의 제거 방법으로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작년에 나온 JBC 논문에 보면 170C 에서 20분 간 처리하면 원래 전염력이 10의 6승에서 7승 정도, 즉 백만에서 천만 배 정도 감소하기는 하는데... 아주 낮은 확률로 전염력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전까지 의학계에서 폭 넓게 사용되던 각종 살균제나 소독제등이 거의 ‘전부’ 무용지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점이 일반인들에게 쇼킹하게 어필하는 모양입니다.
한가지 중간 결론을 내리자면, 과거의 전통적인(?) 병원균이나 오염원과는 차별적인 내화학성 및 내열성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의외(?)로 염기성 용액에 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아무튼 영국 정부의 저 가이드 라인을 보시면 생각보다 까다로운 면도 있고 반면에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널널한 면도 있고 합니다.
가령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환자의 시신을 화장하지 않고 땅에 매장하는 것도 괜찮다고 하고, 또 영미국에서 일상적인 장례식에서의 viewing service (고인을 관에 눕혀 놓고 조문객들이 직접 들여다 보기도 하고 심지어는 만지기도 하는…) 도 허락을 하죠.
그건 그렇고 이제 영국에서 일어났던 일을 다시 한번 복기해 보도록 하죠.
영국에서 1992~1993년 사이 매년 3만 5천 두 이상의 광우병 감염소가 발견이 되었죠. 쩝… (Safety procedures of coagulation factors, Haemophilia (2007), 13 (Suppl. 5), 41–46). 아래 그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엽기 그 자체죠.

그런데 당시에는 그 고기를 먹으면 인간 광우병이 발생할 거라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대량의 광우병 오염 쇠고기(300만 마리 분)가 영국인들의 밥상에 올라갔고 드디어 1995년을 필두로 인간광우병 피해자가 발생하죠.
그런데 많은 이들의 우려와는 달리 2000년 2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래 의외로 매년 사망자 발생률이 줄어 들었고, 2006년의 경우 단 한 명만 신규 인간광우병 환자 발생이 보고 됐고 2007년에는 아예 단 한 명도 신규 환자 발생이 보고 되지 않고 있죠.
자자.. 이제 정리를 좀 해 볼까요?
1986년에서 1996년 사이에 영국에서만 약 3백만 마리 정도의 광우병 오염 소가 영국인 식탁에 올라갔습니다. 다시 한번… 300만 마리….
그리고 짧게 잡아서 10년 만에 첫 광우병 환자가 발생했지만 2000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를 유지하다 작년에는 아예 단 한 명의 신규 인간광우병 환자도 발생을 하지 않았죠.
말이 좋아 300만 마리지…. 이 정도로 먹어대고도 지금까지 165명만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면…
나머지는 각자 판단에 맡기기로 하겠습니다.
그럼 맘 푹 놓고 아무 고기나 먹어도 된다는 말이냐? 하고 물어 보신다면….. 쩝…
일단 현재까지 영국에서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165명 밖에 안되지만, 제 예전 글에 보시면 현재 영국 정부가 추산하는 ‘증상은 없지만 TSE 를 갖고 있는 보균자”의 수는 대략 4천 여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들 TSE를 신체에 갖고 있는 보균자들에 의한 문제도 간략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2004년, 2006년 2007년에 각각 헌혈에 의한 인간광우병 전염의 사례가 영국에서 보고가 됐습니다. (Transfusion Transmission of Human Prion Diseases, Transfusion Medicine Reviews, Vol 22, No 1 (January), 2008: pp 58-69)
이중 두 건은 동일 인물이 헌혈한 피를 수혈 받아 생긴 사례고 한 건은 인간광우병이 아닌 다른 사유로 사망했습니다만…… 아무튼 수혈에 의한 인간광우병 전염도 생기기는 한다는 걸 보여준 사례입니다.
일반적으로 혈액은 인간광우병 인자가 많이 분포하는 곳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깐깐하게 따지는 분들에게는 딱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특히나 겉으로 들어난 증상이 없는대도 인간광우병 인자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대략 4천 여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씀드렸죠? 작년과 올해 신규로 증상이 나타난 사람이 없기는 하지만, 그게 곧 더 이상 인간 광우병 발병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경과를 지켜 보는 것이 맞기는 합니다.
이 헌혈을 통한 감염과 연관 지어서 쇠고기를 썰고 같은 칼로 다시 돼지고기를 썰 경우 교차 오염 문제를 염려하시는 분이 계시던데… 저 개인적으로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지만, 누군가 엄격히 따지고 들어 온다면 저 역시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인간광우병 인자가 피부를 뚫고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정 걱정이 되시면 정육점에서 사 오신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조리하기 전에 야채를 씻듯이 야채용 세제를 풀어 한번 간단히 씻어 주신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하수구로 유출될 경우 어떻게 하냐는 질문도 하시는데…… 일단 문제가 되는 프리온은 기본적으로 단백질의 일종입니다. 물론 이 놈은 다른 단백질에 비해 단백질 분해 효소에 내성이 강하죠. 특히나 proteinase K라는 단백질 분해 효소에 내성이 강하기는 하지만, 자연계에는 수도 없이 많은 단백질 분해 효소(protease)가 있습니다. 얼마전에 흙 속에 있는 스트렙토마이세스라는 균에서 나오는 단백질 분해 효소 한 종류가 프리온 단백질 분해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논문도 나왔죠. 자연스럽게 분해 되어 병원성이 사라질 겁니다. 그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누구 말마따나 땅 속에 묻혀서 수백 년이 지나도 오염이 유지된다는 건 정말 터무니없는 소리죠.
그리고 광우병의 잠복기가 10년에서 40년이라고 주장하는 글도 있던데…. 1986년 최초로 영국에서 광우병 감염소가 보고되고 실제 인간 광우병 환자의 발생이 1996년이니 어림잡아 잠복기가 10년이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광우병 오염소의 공급이 최고조에 달하던 1992년~1993년으로부터 7~8년이 흐른 2000년에 인간광우병 사망자가 최고조에 달했으니 잠복기를 평균 6~7년 정도라고 볼 수도 있고…
그런데 정말 웃긴 건, 광우병에 걸린 소가 전세계에서 최초로 발견된 것이 1986년인데 광우병 잠복기를 40년이라고 하는 건 무슨 소리인지…… 2008년 현재라고 해 봐야 아직도 22년 밖에 더 안 지났는데……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뼈를 고아서 설렁탕이나 곰탕을 해 먹으니 영국 사람들과는 쇠고기 섭취 패턴이 다르다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꽤 됩니다. 듣고 보면 일리도 있죠. 인간광우병 유발 인자가 가장 많이 분포하는 부분을 농축(?)해서 먹는 식습관이 있으니 단순히 영국의 경우를 평면 대입할 수 없는 측면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럼 영국의 쇠고기 일인당 소비량과 우리나라의 경우를 대충 비교해 보죠. 영국의 경우 일인당 쇠고기 소비량이 대략 130 파운드… 1996년 광우병 소동 이후 꾸준히 소비량이 회복되고 있죠. 대충 한 사람이 일년에 60 kg 정도 먹는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일년에 평균 6~8 kg 정도 먹습니다.
한쪽으로 설렁탕, 꼬리 곰탕 등 농축 식습관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리한 측면이 있고 반대로 일인당 소비량으로 보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이나 유럽 쪽 사람들에 비해 좀 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전 딱히 뭐라고 결론은 못 내겠습니다.
그리고 쇠고기 수입 거부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니까 각종 약제에 들어가는 알부민 같은 재료 역시 인간 광우병 인자에 오염되어 있다면 말짱 꽝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에 관해서는 다음의 논문에 잘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Safety procedures of coagulation factors, Haemophilia (2007), 13 (Suppl. 5), 41–46)
대략 현재의 각종 추출 기법을 거치면 대략 1천 배에서 1만 배 정도로 인간 광우병 인자가 제거 된답니다. 꼭 컵에 물이 절반 정도 담긴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부정적인 사람에게는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부정적인 결과고 긍정적으로 보고 싶은 사람에겐 긍정적인 결과니까요.
그리고 또 다른 고려 요소 한 가지.. 인체에서 프리온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가 PRNP라는 유전자인데... 이 놈의 129번 째 아미노산이 메타이온인지 발린인지에 따라 인간광우병에 더 잘 걸리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인간광우병 환자의 100%가 메타이온/메타이온 형태입니다. 그런 면에선 우리나라 사람들이 좀 불리하죠. 왜냐하면 129번 째 아미노산 정보가 메타이온/메타이온 인 경우가 90% 가 넘으니까요.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고 일본, 터키, 핀란드, 체코 등이 그 범주에 들어갑니다.
아무튼 마지막으로 제가 이번 광우병 논란을 탐탁지 않게 보는 이유 중에 하나는…
잠복기도 좋고 우리나라의 농축 식습관도 좋고… 메타이온 문제도 그렇고. 부정적으로 볼 많은 요소들을 모두 받아 들인다고 쳐도…. 300만 마리 정도의 광우병 오염 쇠고기를 10년 정도 집중적으로 먹고 지난 20년 간 165명의 사망자를 냈다면….
제가 결핵을 예로 드니 한 분께서 6개월 차분히 약 먹으면 낫는 병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그 6개월 차분히 먹으면 낫는 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3천 명 가까운 사람들이 사망을 합니다 (2005년 사망 통계: 2893명 결핵으로 사망). 이들 결핵 환자 중에서는 다제내성 결핵균(결핵약중 가장 강력한 INAH와 REP에 모두 내성을 가짐))에 감염되는 경우 치료 성공률이 50%에서 최고 80% 수준이죠.
전 이런 불균형이 무척이나 맘에 걸립니다. 한쪽에서 300만 마리 이상의 광우병 쇠고기를 10년 동안 수백만 명의 영국인들이 먹고 지난 20년 간 165 명의 사망자를 낸 질병에 모든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다른 한편으로 지금 현재도 매년 3천 명 가까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결핵에는 관심을 제대로 가지는 사람도 없고…
물론 인간광우병에 대한 인간의 지식이 아직은 일천합니다. 아무리 많이 조심해도 부족한 점은 없지만 그렇다고 사실이 아닌 내용까지 과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딱 뭐라고 결론을 내리기 참 어려운 상황이네요. 조금은 더 두고 봐야 할지도...




결핵과 사망율을 단순 비교하시면서 인간광우병에 대한 논란에 대해 예단하시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우선, 결핵이라는 병은 여전히 그로인한 사망자 수가 적지않다는 것이 현실임에도 우리는 결핵이라는 병의 기전과 전염성 그리고 치료법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여전히 두려운 놈이긴 하나 우리가 그에 대해 어지간히 알고 있다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 누구나 차를 조심하지만, 차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친숙함을 더 느끼고 있지요.
광우병이 두려움과 공포심을 극대로 끌어올리는 것은, 그에 대해 우리가 너무 모른다는 것에 있습니다. 알려진 정보는 무시무시한 것 뿐이구요. 치사율 100%라는 것. 그것이 주는 공포는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힘들지요. 결핵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이 나타나서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으리라는 우려는 없지만, 광우병에 대해서는 지금도 너무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새로운 사실이 우리를 또다른 공포속에 몰아 넣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은 큰 공포감입니다.
지금까지 사망한 사람의 수, 그것은 하나의 결과물일 수 있지만, 광우병이 갖고 있는 많은 미스테리를 약화시킬 만큼 중요한 팩터는 아니라고 보는 것은, 언제 어떤 유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될지에 대한 확실히 담보할만한 믿음을 갖지 못한다는 현실 때문이고, 그렇기에 과학자나 의학자들이 그 병의 기전에 대해 더 많은 연구 결과물을 내어주는 것만이 그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을 완화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말해서 우리속에서 사자와 함께 있는데 그때까지 물려죽은 사람이 한사람 뿐이었을 경우와, 이미 물려죽은 사람은 세사람이라도 그 사자를 제압해 줄지도 모를 검투사가 함께 있는 경우하고 두려움이나 공포심의 크기가 어떻게 다를까요. 사람은 심리에 좌우되고 그 심리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가족중에 결핵에 걸려 고생하는 경우와, 광우병 걸려 고생하는 경우는 정말 비교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광우병인 경우 그의 가족, 일가친척, 주변지인들, 마을사람들, 살고 있는 도시에 이르기까지 모두 패닉상태로 만들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모든 관계가 부숴지고 혼란에 빠져드는 겁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은 자신도 언제 그 병이 발병할지 모르는 두려움을 안고 평생 살아야 하겠지요.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