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란 가상 공간에 글 쓰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꽤 됩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나름대로 폼이 나 보이는 이유도 만들어 봤지만,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에 와 보니 글을 쓰는 이유는 별 다른 것이 없다가 정답이 될 것 같습니다. 그냥 이렇게 블로그라는 것 만들어 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생각을 정리해 올려 놓는 것이 나 자신의 일부분이라고 밖에는 정당화(?)하기가 힘들더군요.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사실 시간이 철철 넘쳐나서 식구들과 늘 놀아주는 좋은 아빠나 남편도 아닌 주제에 그 없는 시간을 또 인터넷에 글질한다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있으면 정말이지 식구들에게 눈총 받기 십상이죠.


그런 험난하고 찬밥 덩어리의 인터넷 글 쓰기가 중독급(?) 취미로 자리 잡은 큰 이유 중에 하나가 현실 생활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만나고 사귀기(?) 힘든 참 많은 인연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일 겁니다. 때로는 댓글이나 이메일로 서로 연락하는 조금은 업그레이드된 인연도 있고, 그냥 상대방의 글이 좋아 혼자서 짝사랑(?)하며 심정적으로만(-.-;) 교감하는 인연도 있습니다.  제 글쓰기가 주로 경제, 정치, 국제, 북한, 군사 문제 같은 무거운 주제가 많아 심각한 블로그들만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같은 블로그도 구독 신청을 해 놓고 재미있게 보고 있죠.


그런데 이렇게 저렇게 인연이 쌓인 단골 블로그 중에 최근에 발견한 가장 맘에 드는 블로그를 고르라고 한다면 별로 고민하지 않고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해바라기C님의 블로그☜입니다. 일단 블로그 자체가 만화 형식으로 되어 있고, 글과 달리 눈으로 들어오는 강하고 간결한 메시지가 저를 단골 손님으로 만들기 충분하더군요. 그런데 해바라기 C님께서 사자성어 릴레이☜의 다음 번 주자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하셨습니다. 해바라기 C님의 부탁이기도 했고, 올 한해 너무 정신 없이 살아 왔다는 자괴감이 밀려오던 참인데, 올 한 해를 둘러보고 내년의 결심을 다잡는 사자성어를 정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흔쾌히 승낙을 했습니다.


저의 내년 사자성어는 토적성산(土積成山)입니다.


.. 썰을 풀자면 설원(說苑)이란 중국 책에 실려있는 말인데, 흙이 쌓여서 산이 되면 거기서 녹나무가 나고 (土積成山則豫樟生焉· 토적성산즉예장생언) 학문을 쌓아서 훌륭한 인물이 되면 부귀와 명성은 저절로 얻어진다 (學積成聖則富貴尊顯至焉· 학적성성즉부귀존현지언)의 일부분입니다.


물론 세상사람들은 이 말 중에서 훌륭한 인물이 되면 부귀와 명성은 저절로 얻어진다부분에 눈길을 두겠지만, 내년 한해 제가 눈길을 주고 싶은 부분은 흙을 쌓는 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 너무 거대 담론만 생각하고 각종 계획도 거창한 것 위주로 잡았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힘은 힘대로 들면서도 작은 성취에 만족할 줄도 모르는 몇 해를 보낸 것 같습니다. 큰 일을 이루는 대는 작은 과정들이 바탕에 깔려 있는 법이고, 이를 순서대로 이루는 것이 일의 순리인데, 예전의 초심보다 결과에 대한 욕심이 눈을 가려버린 감이 있습니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도 흙을 쌓는 고단한 과정을 뛰어 넘고 부귀와 명성을 얻겠다는 대중들의 욕심 끝에 선택한 새 정부 덕에 만신창이 나고 있으니, 이런 저런 점을 고려한다면, 저 개인에게 주는 교훈이 될 수도 있겠고 우리나라 전체에 건네도 나쁘지 않을 사자성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계획중인 일이 생각보다 풀리지를 않아 무기한으로 작정하고 12월 초부터 새벽 기도를 시작했는데, 해바라기 C님으로부터 연락이 오기 전날, 마침 목사님께서 새벽기도 시간에 작은 일에 순종하는 믿음에 대해 설교를 하시는 내용이 맘에 팍! 와 닿더군요. 토적성산의 기독교적 해석이 아마 작은 일에 순종하는 믿음일 겁니다.


이 사자성어 릴레이를 제안해 주신 격물치지님☜께도 감사 드리고 저를 다음 번 주자로 선정해 주신 해바라기 C님☜, 그리고 해바라기 C님께 바통을 넘겨주신 Inuit님☜께도 모두 감사 드립니다. 내년에는 모든 블로거들께서 손에 쥘 수 있는 계획과 이를 이룰 구체적인 방안들을 고려한 현실적인 결심들을 꼼꼼히 이루시는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현 정부의 나릿님들께서도 너무 성급하게 경제 살린다고 무리한 정책을 밀어 붙이시기 보다는, 작은 과정 하나부터 다시 챙겨보는 초심의 자세로 돌아가시기를 또한 기원합니다.


제가 이 사자성어 릴레이의 바통을 넘겨 드리고 싶은 분은 Periskop 홈지기님☜피타고라스의 창의 수학도님☜이십니다만, 현재 수학도님은 한국으로 잠시 귀국하신 모양인데 연락이 잘 되지를 않는군요. (-.-;) 연결이 되는대로 다시 부탁을 드려보겠습니다.


Periskop의 홈지기님은 바쁘신 사정이 있어 조금 늦게 포스팅은 하겠지만, 연말 전까지는 사자성어 릴레이 관련 글을 포스팅 해 주기로 해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블로그 글을 보시고 나도 한번 동참해 보고 싶다는 분이 계시면 댓글이나 트랙백을 통해 자원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Inuit님께서도 이미 언급하셨지만, 이 릴레이는 인터넷상의 또 다른 형태의 집단 창작 같은 축제의 느낌이 듭니다. 보다 많은 분들과 이 축제를 즐기고 싶습니다. 연말 연시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추신: 현 정부의 토건(土建) 제일 정책이 말이 많은데 하필이면 제가 정한 사자성어가 흙을 쌓는 일 (토적:土積,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