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과 사회적 비용

 

지난 2월부터 제 홈피에 올려진 광우병 관련 글들을 보신다면 제가 얼마 전까지 국내에서 번진 광우병 논란을 그렇게 탐탁지 않게 보고 있었다는 걸 모두 아실 겁니다.

 

가령 광우병 잠복기가 40년이란 얘기를 듣고 광우병이 처음 발견된 게 1986년이고 실제 vCJD 환자가 영국에서 발견된 게 1996년이면, 아무리 길게 잡아봐야 아직 22년밖에 안된 질병에 무슨 잠복기가 40년이냐? 라며 많이 냉소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광우병과 관련된 리뷰 논문들을 읽어볼수록 생각보다 인류가 광우병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참 제한적이라는 사실과 광우병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한결같이 서술에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이런 조심스러운 접근과 쉽게 어떤 결론이나 확정적인 언급을 삼가는 모습은 광우병이 아주 오랜 잠복기 (쿠루병(Kuru) 같이 뉴기니아에서 망자의 뇌를 먹는 관습에 기인한 광우병과 유사한 질병의 경우 40 년을 훌쩍 뛰어 넘는 잠복기를 보입니다)를 가질 수도 있다는 점과 아직도 새로운 감염 경로가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고 또한 기존에 부정되었던 많은 사실들이 새로운 연구 결과에 의해 지속적으로 뒤집어지고 있다는 점등에 기인하기도 하는데…… 물론 가장 뼈 아픈 실수, 즉 80년대 중후반 소에게서 발생한 광우병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다는 당시 영국 의학계의 입장이 결국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했을 광우병이 영국에서 인류 역사상 유래를 찾아 볼 수 없게 창궐하도록 만든 점도 고려해야겠죠. 즉 학문적으로 '알 수 없다 (unknown)' 와 '상관이 없다'는 엄연한 차이가 있는거니까요.

(Genetic Studies in Relation to Kuru: An Overview, Current Molecular Medicine 2004, 4, 375-384)

 

전 요즘 광우병과 vCJD에 의한 사망 확률 문제보다... 광우병을 둘러싼 사회적 비용이 더 염려됩니다. 현재 영국 정부가 광우병 관련 연구와 이에 따라 신설된 각종 규정 준수에 퍼 붓는 돈은 이루 말도 다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면...

몇 년 전부터 수혈에 의한 광우병 전염이 확인이 되었죠
. 이미 영국 정부는 99 10월 이후 수혈시 백혈구를 제거 한 뒤 (leukodepletion) 수혈 하도록 했지만 이후 4 명이나 수혈에 의한 vCJD 감염이 확인이 됐답니다. 그런데 저렇게 수혈할 때마다 백혈구를 제거해 봐야 vCJD의 전염력 (infectivity) 은 겨우 42% 정도 밖에 감소를 하지 않으니... 영국이란 나라 자체가 돈은 돈 대로 쓰면서도 국민들이나 정부는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는 힘든 상황이 계속되는 거죠.

 

Transfussion_Infection.jpg



참고로 영국은 모든 혈액에서 백혈구를 제거하는 이 leukodepletion에 매년 7천만 파운드, 그러니까 1파운드를 2천 원으로 잡으면, 1400억 원을 지출하고 있고 추가로 매년 미국에서 혈장(plasma)을 수입하느라 꽤나 큰 돈을 지출하고 있죠. (Blood transfusion: challenges and limitations, Transfusion Alternatives in Transfusion Medicine, 2007, 9 (Suppl. 2), 2–9)

생각해 보면 참 우습죠? 소에서 광우병 여부를 체크하는데 드는 비용은 쇠고기 1 파운드 당 6~10센트 (kg 당 133원~222원. 참고로 쇠고기 1kg의 가격은 등심 1등급 기준으로 5~7만원 대)도 되지 않는다는데... (원래 광우병 검사 키트 자체는 10불 정도 밖에 하지 않지만, 검사소 운영과 검사를 담당하는 연구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따지면 소 한마리당 대략 30-50 달러 정도 듭니다. Mad-Cow Testing on Trial. Should U.S. Start to Screen Every Last Cow, as in Japan? Wall Street Journal, 2, Jan, 2004) 비용 자체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증상은 겉으로 없는데 실제로 인간광우병 유발인자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추산하기 위해 영국 전역에 걸쳐
12,674 명으로부터 편도절제수술을 거쳐 샘플을 얻은 뒤 면역학적 방법으로 PrPsc 검출을 시도했고 이중 총 3명에게서 PrPsc 가 검출됐습니다.

(Transfusion Transmission of Human Prion Diseases , Transfusion Medicine Reviews, Vol 22, No 1 (January), 2008: pp 58-69)

 

이 비율은 영국 인구 1백만 명 당 237 명의  PrPsc 보유자가 있다는 걸 의미하죠. 생각보다 많기는 한데.... 영국 정부 통계청이 2007년 발표한 2006년도 영국 인구는 약 6천만 명이니... (http://www.statistics.gov.uk/cci/nugget.asp?id=6)

 

결국 전체 영국 인구 중에서 약 1 4천 명 정도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이 PrPsc를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 되니 좀 겁이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수혈에 의한 인간광우병 전염은... 육류 섭취를 통한 전염과 달리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증상을 보인다는 점도 또한 큰 염려 꺼리죠. 일반적인 vCJD 사망자의 연령분포가 대개 15~35세 사이인 반면 수혈에 의한 vCJD 사망자는 4명의 사망자중 3명이 60세 이상이죠.

광우병에 오염된 소고기야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저런 식으로 겉으로 증상이 없는 사람들이 헌혈을 할 경우 전염이 되는 vCJD는 정말 대책을 세우기 어렵죠.

또한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국에서 광우병에 오염된 쇠고기를 먹고 사망한 피해자들의 유전자 확인 결과 PrP을 만드는 유전자의 129번째 코돈이 모두 Met/Met 이었습니다. 일단 사망자 수와 사망 연도를 담은 자료를 한번 보시죠.

Death-in-UK.jpg


보시다시피 2000년의 28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올 2월 이 자료를 근거로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과장된 것은 아닌지 의문을 표시한 적이 있기는 한데요...  다음의 자료를 한번 또 보시기 바랍니다.

Kuru_Phenotype_Genotype.jpg


이 자료는 1998년 PNAS에 수록된 Phenotype-genotype studies in kuru: implications for new 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Proc Natl Acad Sci U S A. 1998 Oct 27;95(22):13239-41)에 있는 도표로서 kuru병에 걸린 뉴기니아 주민들이 몇 살에 이 병이 증상을 나타냈는지 여부와 그리고 이들의 PrP 유전자... 즉 PRNP의 129번째 코돈의 조합을 비교한 자료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5~14세, 즉 조기에 증상을 나타낸 경우는 Met/Met 인 경우가 많고 40세 이상으로 가면 Met/Val 조합이 압도적인 걸 볼 수 있습니다.

현재 kuru 병과 vCJD는 많은 부분이 동일하죠. 현재 영국의 vCJD 사망자 현황이 이대로 끝난다고 보는 과학자 보다는 1만 4천명의 PrPsc 보유자중에  Met/Val 형과 Val/Val 형의 PrPsc 보유자들이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증상을 나타내서 제 2, 제 3의 사망자 피크를 낼 거라고 예상하는 과학자들이 많습니다. 현재 그에 대한 대책 마련에 영국 정부과 과학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고요.

일단 광우병이 일정 수준 이상 국내에 퍼지면, 몇 명이 일정 기간 안에 사망하고 말고의 확률 문제가 아니고, 생각보다 사회적 비용을 엄청나게 증가시킬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한참 세월이 흐르기는 했지만 영국은 주류 과학자들이 국민들 앞에서 소의 광우병이 인간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적이 있고 이 말을 믿은 영국 국민들에게 결코 쉽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 흔적은 물론 지금까지 인간의 생명과 막대한 사회적 지출을 강요하고 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황당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Science_2000.jpg


 

2000년 사이언스의 News of the Week에 실린 기사죠. 자세히 보시면 현재 미국 정부의 강화된 사료 규정의 근거에 대한 얘기도 잠깐 언급이 되고.. 또한 현재 우리나라에서 광우병에 의한 광풍을 잘 설명해 주는 언급도 나온답니다.

 

아무튼 이런 저런 역사적 변천과정(?)을 둘러 보며 전 입장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현재까지 영국에서 300만 마리 분량의 광우병 오염 쇠고기를 먹고 지난 10여 년간 겨우(?) 166명이 사망했다면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지나친 감이 있다는 입장에서 이제는 현재 사망자는 166명이지만, PrPsc 인자를 보유한 영국인이 1 4천명 정도로 예측되고, 이들의 헌혈에 대한 대책이 거의 없는 상황과 더불어, 이들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들에게 앞으로 40여 년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 사람의 과학자로서 국민들에게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사족 1: 통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과학적이지 않은 내용으로 광우병의 위험을 과장하는 것도 불편한 노릇이지만, 소위 의사들이 '아직' 충분한 과학적 확인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충분히 위험요소가 될만한 사항도 폄하하려는 태도 역시 염려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특히나 광우병 같은 문제는 '모' 아니면 '도' 의 흑백 논리로 상황을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찬성하던 반대하던 상관없이 아직도 광우병에 대한 인류의 지식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결국 지금까지 과학계가 내 놓을 수 있는 한계내에서 상황판단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확신을 가지고 확정적인 입장을 취하기 점점 더 어렵죠. 이럴 때 일수록 상대방을 선동에 이끌려 뭔지도 모르며 날뛰는 철 없는 사람들로 매도하거나 아니면 미국에 간도 쓸개도 모두 내어준 정부를 옹호하는 어용학자로 몰아 세우는 것 모두 국익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번 쇠고기 수입 협상에 이명박 정부가 보인 무능하고 무원칙한 일처리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광우병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란은 모든 이들의 지혜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사안입니다. 모두 한걸음 뒤로 물러서 차분히 해결책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족 2: 채승병님께서 제 글이 미쳐 다루지 못한 전염동학적 관점의 글을 써 주셨습니다. 제 글이 앞으로 영국에서 추가로 발생할 vCJD 환자에 대한 우려와 그에 대한 사회적 비용문제를 주로 다뤘다면 채승병님은 새글을 통해 그 우려를 구체적으로 통계적 방법을 통해 계랑화한 논문을 소개하셨습니다. 링크를 달도록 하겠습니다.

영국에서는 앞으로 인간 광우병 환자가 얼마나 더 발생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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