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승병님께서 영국에서는 앞으로 인간 광우병 환자가 얼마나 더 발생할까? 라는 제목으로 좋은 글을 써 주셨습니다. 차후 영국의 vCJD 발병이 그리 크지 않은 규모로 그치게 될 것이란 Dr. GhaniClarke의 두 논문을 근거로 차분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Dr. GhaniClarke은 채승병님께서 인용하신 2006년과 2007년 논문 같은 광우병 관련 주제 이외에도 그 동안 수 많은 병리 현상이나 전염병 (조류 독감 등) 등에 대해 통계학적인 연구를 통해 각종 예측이나 분석 논문을 내고 있습니다.

 

이분들께서 현재 영국에서 발생한 vCJD와 수혈을 통해 추가로 발생한 vCJD 발병까지 고려한 상태에서 얼마 정도의 vCJD 희생자가 더 발생할 것인지를 분석한 논문은 비록 여러 가지 가정에 제한이 있더라도 광우병이 미칠 피해를 총체적으로 가늠해 보는데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분들 외에도 영국 내에서 향후 추가로 얼마나 희생자가 발생할지에 대한 논문은 다양한 접근법을 이용한 꽤나 많은 종류가 있답니다. 그리고 각 논문의 저자들 역시 Dr. GhaniClarke의 저 예측에 대해 나름대로의 견해를 논문 서문이나 토론 부분에 꼭 언급을 하고는 합니다.

 

대표적인 논문으로 2006 6Lancet에 출판된 “Kuru in the 21st centuty-an acquired human prion disease with very long incubation periods” 가 있습니다. 영국 런던 대학의 교수인 John Collinge 가 파푸아 뉴 기니아에 직접 가서 포족(Fore)에게 50년대 말과 60년대에 창궐한 kuru 병에 대한 연구를 직접 실시하고 와서 쓴 논문이죠.

 

골치 아픈 학술 논문이기는 한데, Dr. Collinge의 재미난 해석 덕분에 중간 중간 웃으며 읽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대충 kuru 라는 병과 이 병으로 고생한 Fore 족이 50년 대 당시 망자의 시신을 먹는 관습, 즉 일종의 장례식에서 망자를 추모하는 관습의 일환으로 치러진 식인관습을 행했다는 것을 대강은 아시리라 믿고 좀 새로울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을 할까 합니다.

 

이들 Fore 족은 50년대 말까지 망자의 시신을 먹는 관습을 유지하다 당시 호주 정부의 강력한 억제 정책으로 대략 1956~1960 년 사이에 완전히 식인 관습을 정리합니다. 그런데 kuru 라는 광우병과 유사한 이 질병이 50년대 말에서 60년대 초까지 창궐을 했고 이 때문에 이 질병을 연구하는 Papua New Guinea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란 연구소가 세워지고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실시 되었죠.

 

이후 영국에서 광우병이 크게 문제가 되자 영국 정부는 1996년부터 kuru 병이 광우병에 중요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대대적인 연구 인력을 투입해서 본격적으로 kuru 병에 걸린 Fore 족 원주민들을 검사하기 시작합니다.

 

처음 영국 정부가 kuru 병의 연구에 관심을 가질 무렵에는 상당히 비관적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디 작은 파푸아 뉴 기니아 동쪽 산악지대에 사는 Fore 족에게서 발병한 kuru 병으로 1957년부터 2004년까지 총 2700 여명이 사망을 했다는 사실이 쇼킹했던 거죠. 특히나 1950년대 말에는 거의 매년 200 여명이 죽어나갈 정도로 그 피해가 심했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가 시작되던 1996년은 지난 10여 년간 광우병에 오염된 쇠고기를 거의 전 영국인이 먹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태였으니 Fore 족에게 벌어진 결과를 놓고 영국인들에게 다가올 상황을 생각해 보면 정말 아찔했을 겁니다. 당시 영국에서 광우병 발병 예상치중 최악의 경우가 10만 명을 넘었던게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었던거죠. 물론 현재는 166 명 선에서 선방(?)하고 있고 더군다나 추세도 확실히 감소 추세이니 한시름 놓았겠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한번 이들 Fore 족의 땅이 얼마 정도 크기 인지 그리고 환경은 어땠는지 보시기 바랍니다. 전체 파푸아 뉴 기니아 섬내의  이들 Fore 족의 집단 주거지 위치입니다.

 

Area_1_Fore.jpg


 

일단 파푸아 뉴 기니아 동쪽 산악 지대중에 Wanevinti 산 근처에 사는데 그 부분을 더 확대해 보죠. 아래 그림속의 붉은 색이나 초록색 그리고 자주색 점들은 kuru 병이 발생한 지역이고 실제로 Fore 족의 주거지와 겹칩니다.

 

Area_2_Fore.jpg


 

대략 동서로 20 km 남짓 남북으로 20 km 정도의 작은 구역이 이들의 근거지고 실제로 kuru 병 발병도 그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협소한 곳에서 대략 50년도 채 못 되는 사이에 2700 여명이 죽어 나가고 더군다나 50년대 후반에는 매년 200 여명씩 죽었으니 영국이 속으로 철렁했을 게 눈에 선하네요.

 

아무튼 Dr. Collinge 팀은 저 정글 속을 누비며 kuru 환자가 생기면 직접 가서 본인은 물론 주변 친인척까지 상담을 하고 시료도 채취하며 열심히 8년 동안 고생한 결과 11명의 환자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이제 그들이 얻는 결과입니다. 도표를 보시죠. 사망자의 인적 정보와 PRNP 129 유전형, 잠복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Kuru_Incubation-periods.jpg


 


일단 배경 설명을 먼저
.. kuru는 기본적으로 여성과 어린이들이 많이 걸렸고 대략 12년 정도의 평균 잠복기를 거쳐 발병이 되고 일단 발병이 되면 1~2 년 내에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병입니다. 어린이들의 경우 시신을 먹은 뒤 4~5년 만에 발병해서 사망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96년에 영국팀에 의해 연구가 시작될 시점은 마지막 식인 잔치(?)가 끝난 뒤 최소한 36년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그 이후에도 11명의 환자가 추가로 발생한 거죠.

 

이들의 PRNP129 유전자형은 보시다시피 확인된 10명 중 8명이 이형(M/V)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잠복기는 대략 40~50 년 정도 되죠.

 

이런 결과를 가지고 Dr. Collinge는 다음과 같은 추론을 이끌어 냅니다.

 

이종간의 prion 전염은 동종간의 전염보다 속도도 늦고 효율도 떨어지는데, 소에게서 얻은 prion을 쥐에게 입으로 섭취시켰을 때, 쥐에게서 얻은 prion을 쥐에게 입으로 섭취시켰을 때 보다 대략 3~4 배정도 긴 잠복기를 보인 점에 착안해서 사람이 소의 광우병 인자로 전염이 됐을 경우 평균 잠복기를 30년 이상으로 볼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 드렸듯이 Fore 족의 어린이들이 특히나 kuru 병에 취약했는데 (노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글을 작성하면서 실수를 했습니다. kuru병의 경우 나이가 발병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심지어 4~5살짜리가 kuru 병에 걸려 죽은 사실을 근거로 현재 1995년부터 2006년 사이의 영국에서 주로 20~30 세를 중심으로 발병한 vCJDkuru 병의 초기 발병 케이스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거죠. 즉 어떤 이유에서 susceptibility가 특이하게 높은 그룹이 BSE prion을 많이 섭취하게 된 경우가 아닐까 예상하고 또한 PRNP 유전자의 유전형이 잠복기에 영향을 미치는 점은 근거로 vCJD의 발병이 multiphasic 한 형태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런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이 부분에 대한 설명도 약간 더 보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포족의 경우 4-5살 짜리가 kuru병에 걸려 사망한 점은 kuru의 최단 잠복기를 4-5년으로 볼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마찬가지로 영국에서 광우병에 걸려 사망한 가장 어린 나이가 12살 짜리임을 근거로 소에서 유래한 광우병, 즉 이종 간의 전염의 경우 최단 잠복기를 12년 정도로 본다면, Dr. Collinge의 예전 실험 결과처럼 동종간의 전염이 이종간의 전염에 비해 3-4배 효율적이라는 사실과 잘 부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까지의 영국에서의 광우병 발병 케이스가 특이하게 짧은 incubation period를 가지는 genetic subpopulation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죠.)

 

결국 Dr. Ghani 2000년도 Nature 논문인 “Predicted vCJD mortality in Great Britain, 406:583-84” 이 실제로 발생할 vCJD 사망자 수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비판합니다.

 

 

결론 겸 느낀 점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다른 접근법을 통해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두 그룹의 과학자들의 논쟁이 재미있습니다. 서로 탄탄한 근거와 자료 그리고 논리적인 해석을 통해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바를 논문의 형식으로 발표하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각기 다른 목소리의 과학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서 비록 서로 다른 방향이지만 그에 대한 대비책을 정책으로 내 놓는 영국 정부의 최근 모습도 좋아 보이고 말입니다. (~~ 초반의 삽질에 대한 학습 효과일지도 모르죠 ^^)

 

Dr. Ghani의 논문을 소개해 주신 채승병님의 이번 글이나 아니면 Dr. Collinge의 논문을 소개한 제 글이나 저는 따로 호불호가 없습니다. 모두 제게는 소중한 과학적 견해일 뿐이죠.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이 정치적인 색깔이 듬뿍 묻어있어 과학이 비집고 들어갈 구석이 별로 남아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대중들에게 생각의 깊이를 더 해줄 자료가 더욱 많이 소개되어야 된다고 믿습니다.

 

지난 번 글에서는 사람의 과학자로써 국민들에게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 수는 없겠습니다.” 라고 했는데 입장을 조금은 수정해야겠습니다.

 

조금은 과학적 자료들을 챙겨 보는 것이 우선이겠다라고 말입니다. 아직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 너무 많았네요. -.-;

 

Well Informed Public 이야 말로 민주사회의 최후의 보루이죠. 대중들이 정확한 입장을 가질 있도록 과학적 자료를 조사하고 서로 공유하는 것이 우선일 같습니다.



사족: Dr. Collinge는 논문 속에서 아주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합니다. 사실 이 얘기는 별도의 논문으로 나와있기는 한데…… 아무튼……

 

선사시대에는 거의 모든 종족이 식인의 관습이 있었다는 겁니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kuru 같은 병이 창궐을 했을 테고, 우리가 알다시피 PRNP 129번의 유전형이 동형인 경우 짧은 잠복기와 높은 susceptibility로 높은 사망률을 보였을 테니 결국 이런 selective force가 현재 인류의 PRNP 129 유전형이 높은 이형의 polymorphism을 보이는 것이 아니겠냐는 이야기죠.

 

우리 한국인들은 다른 어떤 민족보다도 M/M 형의 비율이 높죠. 아마도 전 인류 중에서 가장 먼저 식인 관습을 털어 버린 민족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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