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 동안 서프의 주류 의견과 달리 이명박 정권에게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주어야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던 건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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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의 정권 공백에 제대로 된 인력 풀이 없으니 정권 초기에 헤매고 실수를 하는 거야 피할 수 없는 일이겠죠. 게다가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지난 10 년간 수권 정당으로 차분히 정권을 잡을 준비를 해 온 집단이 아니고 몇 달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조차 가늠하지 않고 DJ와 노통에게 대미지만 입힌다면 무슨 짓이던, 무슨 주장이던 가리지 않았고 덕분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자신들의 옛 발언에 전전긍긍하기나 하는 집단이니, 새로 집권을 하고 나서 제대로 된 정책을 수행하는 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것 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조중동의 매국적 기사 질에 뭣도 모르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분들이야 왜? 뭐가 이리도 잘못되어 가는지 어리둥절하실지 모르지만, 초보적인 국제 정세나 경제 인식이 있는 분이라면, 이명박 정부에게 당최 기대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쯤은 알고 계실 테죠. 저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 같은 소리는 개소리도 저런 개소리가 없을 정도의 공약이라 기대조차 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연평균 7% 성장, 10년 후 1인 당 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 이란 저 7·4·7공약을 물가상승률 7%, 경제성장률 4%, 대통령지지율 7% 달성이라고 빈정대는 분들도 나오시는 판이니……

 

전 개인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다른 분야에는 다 삽질을 하고 나라를 말아 먹어도 명색이 보수 정권인데.. 국방 문제만 현상 유지를 해 줘도 감지덕지라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도 실용을 입에 달고 있어 불안하기는 하지만, 설마 자신을 지지해 온 보수적인 양반들 (북한과의 대치를 지지하는)의 기대를 밟아 가며 국방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밀고 나가지야 않겠지.. 라는 조심스러운 기대를 해 보기도 했습니다만……

 

집권 3개월 만에 이렇게 밀리매니아를 불안하게 만드는 정권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소위 먹고 살 만한 나라 중에서도 처음 봤습니다.

 

(1)   글로벌호크도입 계획 사실상 철회

 

우리나라 군사력 중에 가장 취약한 부분을 들라면 누구나 서슴없이 정보 획득 능력을 들 겁니다. 실제로 그 동안 미군에게 가장 크게 의존하던 분야입니다. 따라서 2012년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비해서 노통임기 중에 우리 국방부가 가장 공을 드린 분야라면 글로벌호크의 도입이었겠죠 

globalhawk.jpg



이 놈은 한번 뜨면 38 시간을 체공하며 5km 이상을 날아가 지상 20 km 상공에서 30 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놈으로 우리 군의 대북 정보 획득 능력은 물론 한반도 인근에서 유사시 러시아, 중국, 일본까지 우리의 독자 정보수집 능력을 넓혀줄 꽤나 탐이 나는 물건입니다. 한마디로 이제까지 금강 백두 같은 근거리 정찰이나 감청기 수준을 단숨에 뛰어 넘는 전략정찰기이죠. 물론 우리도 준첩보위성급의 인공위성(아리랑 2)이 있습니다만, 글로벌호크가 주는 편리함과 정확성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글로벌호크의 이런 특성 때문에 그 동안 러시아를 포함한 중국 일본이 우리나라의 글로벌호크 도입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작년 11월 제29차 한·미군사위원회(MCM)에서 "핵심 정보자산인 글로벌호크를 한국측에 판매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하겠다"는 발언을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해군 대장)이 우리의 김관진 합참의장에게 했죠. 그 동안 미사일 기술 통제체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는 했습니다만, 글로벌호크의 우리나라 판매가 꽤나 무르익어 갔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글로벌호크 판매를 일종의 선물로 준비를 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도통 관심을 표명하지 않아서 불발로 그쳤다고 하네요.

 

복장이 터져 죽겠습니다.

 

전략 미사일이 수천 발이 있으면 뭐 합니까? 상대방의 군사 시설이나 부대의 위치를 알아야 발사 버튼을 누르던 말던 하죠. 유사시 미군 눈치만 보며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되냔 말입니다. 지금부터 부지런히 예산 준비해서 도입을 해도 전시작전권 환수 전까지 제대로 손에 익히기도 빠듯한데 말입니다.

 

이놈의 정권은 이게 얼마나 큰 기회인지조차 모릅니다. 이 물건 사려고 줄 서서 목을 빼고 있으면서도 못 사는 나라가 얼마나 많은데. 자주 국방에 정말이지 없어서는 안될 물건이고 앞으로 우리가 독자적인 정보 획득과 분석 과정을 익히는데 반드시 필요한 놈입니다.

 

작년에 노통이 넘겨준 재정 흑자분만 15조 원이 넘습니다. 글로벌호크 도입 추진에 2000 억 정도 듭니다. 돈을 어디다 써야 되는지도 모르는 놈들이 청와대에 앉아 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다 때가 있습니다. 하긴 그걸 알면 저런 기회를 그렇게 어버버하며 넘길 리도 없겠지만. 2000 억 정도를 투자하면 획득할 수 있는 글로벌호크라는 이 정보 자산은 나중에 수 조원을 투자해야만 얻을까 말까한 군사력 증강과 맞먹을 중요한 투자입니다.

 

 

(2)   2 롯데월드 건설과 성남 비행장 이전

 

이명박 대통령 이 양반이 경제 살린다며 재벌들 숙원 사업 밀어 준다고 난리 칠 때부터 염려스러웠는데 드디어 지난 4 28일 재계 총수들 청와대에 불러 밥 같이 먹으며 도시는 옮길 수 없지만 군부대는 옮길 수 있는 것 아니냐?” 라며 제2 롯데월드의 112층 건설을 승인해 줄 의향을 밝혔습니다.

 

하긴 놀랄 일도 아니죠. 서울 시장 재임 시 이미 한번 제2롯데월드 건설을 승인해 준 이력이 있으니까요. 당시에 공군을 중심으로 한 국방부의 강력한 반대에 밀려 물러서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잠시 옛날 얘기 좀 하죠.

 

린다 김이라고 기억 나시죠? 이 양반이 소위 몸 로비로 활약해서 들어오게 된 금강, 백두 정찰기……호커 800XP 베이스의 정찰기죠. 실제로 우리나라가 북한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수집하는 유일한 창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물건 하나로 예전 같으면 거의 북한 정보의 90%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던 걸 이제는 한 60% 정도 의존할 정도가 됐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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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물건은 처음 도입시기부터 기체가 너무 작다고 말이 많았는데 결국 기체 내부에 장착하는 장비가 늘어나면서 체공 시간도 줄고 장비 수납 공간도 부족해서 참 애를 먹이고 있는 물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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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금강, 백두 정찰기가 뜨고 내리는 곳이 바로 성남비행장입니다. 이들 정찰기들은 임무 특성상 지상기지와의 정보 통신이 중요한데 이들 지상기지의 주요 거점이 또한 성남비행장입니다.

 

2롯데월드를 112층으로 건설하면 당장 이 성남비행장의 기능에 큰 위축이 옵니다. 그러니 그 동안 공군을 중심으로 그렇게 반대를 했던 거죠. 만약 정말 이 정권 기간 중에 제2롯데월드 건설이 허가나 나서 성남비행장에서 금강, 백두 정찰기가 밀려나면, 지금 가뜩이나 작은 기체에 꾸겨 넣은 장비 때문에 체공시간이 줄어들어 문제인데, 더 남쪽으로 밀려나면 그나마 줄어든 체공시간이 또 얼마나 더 줄어들 테며 대북 정보 획득에 얼마나 더 큰 무리가 올지 생각도 하기가 싫어집니다. 지금도 군 작전 요구 사항인 4시간 체공이 불가능하고 겨우 1시간 체공 밖에 못한다고 국정감사에서 한 소리 들었는데, 성남 비행장도 아니고 더 남쪽으로 내려 가면…… 도대체 얼마를 떠 있게 되냔 말이죠.

 

 

(3)   결론

 

그 놈의 잘난 경제 살리기로 죽지도 않은 경제를 한번 죽였다가(?) 다시 살렸다고 칩시다. 그렇게 경제가 살아나 국민 모두 금덩이를 집안에 이고 지고 살아도 국방이 흔들려 나라가 절단나면 말짱 다 도루묵입니다. 북한도 북한이지만, 글로벌호크 같은 물건은 그 물건이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러시아나 중국, 그리고 독도 문제로 깔짝대는 일본이 선뜻 우리를 우습게 보지 못하게 하는 전략적인 유리함을 가져다 주는 물건이죠.

 

국가의 안전 보장은 단순히 전략 미사일이 몇 발 있고, 이지스 함이 몇 척 있고 같은 물리적 군사력의 많고 적음으로만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들의 자주 국방에 대한 염원과 지도자의 국제적 안목이 타국이 우리나라를 쉽게 넘보지 못하게 만드는 무형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답니다.

 

이명박 정부가 저질러 놓은, 혹은 앞으로 저질러 놓을 수 많은 경제적 삽질들은 나중에라도 우리 국민들이 좀 덜 먹고 덜 입고 해서 메우면 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번 망쳐 놓은 안보상의 주요 결정들은 이후 이를 다시 메우려면 수도 없이 많은 젊은이들의 피로 값을 치러야 하는 문제입니다. 아니 피로 메울 수만 있어도, 그런 기회가 주어지기만 해도 다행인 거죠.

 

이명박 정부의 이런 삽질을 보고도 계속 시간과 기회를 더 주고 기다려줘야 하는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글로벌호크 건으로 일본, 러시아, 중국만 신나게 생겼네요. 0TL

 

 

 

사족: 광우병에 관해 그 동안 지인들과 이런 저런 의견도 많이 나누며 자료도 많이 찾아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저 역시 생각도 그리고 광우병에 대한 지식도 많이 바뀌었죠.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의 편린들을 순서대로 모아 보았습니다.

 

2008-05-01 광우병에 대한 객관적 정보들

2008-05-02 광우병 관련 일반 질문에 대한 답변

2008-05-04 광우병 관련 일반 질문에 대한 답변 (2)

2008-05-14 광우병과 사회적 비용

2008-05-16 광우병과 잠복기 (Kuru 병을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