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학습능력과 적응력을 염려하는 글(링크)을 하나 올렸습니다. 비지니스 위크의 이번 주 기사 하나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었죠. 그런데 오늘 블로그 서핑을 하다가 바하문트님의 'Agility(링크)'라는 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포스팅 역시 비지니스 위크의 온라인판 기사 하나(성공지도자의 조건, 순발력: Learning Agility Equals Leadership Success)를 소재로 작성하신 글입니다.
기사 원문을 찾아 가니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나 좋은 글이어서 바하문트님의 정리에 조금 더 살을 붙여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글을 작성한 존 라이언씨는 국제적으로 알아주는 소위 사장님들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양반입니다. 미해군에서 비행기 조종사부터 시작해서 중장으로 예편한 후에the State University of New York의 총장으로 재직하기도 했고요. 현재는 창의적 지도력 센터(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의 소장을 맡고 있죠. 한국식으로 군바리 출신이라고 우습게 볼 분이 아니죠. 물론 한국에서 장성으로 예편한 후에 무슨 때만 되면 태극기와 성조기 들고 나와서 시청 앞에서 난리를 치는 분들을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미국의 경우 존 라이언씨처럼 군출신이 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양반들이랑은 좀 격이 다른 분이라니까요.
아무튼 오늘 존 라이언씨의 글 내용은 자신의 해군 조종사 시절 경험을 언급하면서 시작됩니다. 비행 훈련 마지막에 실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항공모함에 착함하는 순간을 순발력(agility)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죠. 육상 기지에서 수도 없이 착륙 훈련을 했지만, 막상 바다 위 2만 피트 상공에서 보면 그 거대한 항공모함도 작은 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과 물결위에 흔들거리며 떠 있는 항공모함에 바람에 휘날리는 자신의 비행기를 몰고 착함하는 순간, 정말로 찰라의 짧은 순간에 판단하고 적응하여 행동에 옮겨야 된다는 이야기를 실감나게 전달하고 있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죠.
어떤 레벨이던 상관없이 지도자, 특히나 요즘 같은 경제 위기속의 지도자에게 중요한 덕목 3가지를 언급합니다.
첫째. 진중한 학습 (A rock-solid commitment to learning)
학습이라고해서 무슨 심각한 공부만 있는 건 아니고요. 특히나 지도자들의 경우 워낙 시간에 쫓기는 바쁜 양반들이니 공부를 따로 할 시간이 만만치가 않겠지만, 존 라이언씨는 다음의 몇 가지를 지적합니다.
- 우선 고객들(국가 지도자라면 국민들)이 원하는 바에 대해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
- 뭔가 생각할거리를 주는(a thought-provoking) 책을 읽는다.
글을 여기까지 읽으니 다시금 우리의 이명박 대통령 생각이 불현듯 떠 오르더군요. 국민들에게 말은 많이 하는데, 도통 국민들의 요구를 들을 생각을 하지 않는 건 그렇다고치고.
생각할거리를 주는 책을 읽는다?
그러고 보니 이명박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부터 해서 몇 번 책에 대한 언급을 한 기억이 나서 자료를 좀 찾아 봤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periskop(blog.periskop.info) 홈지기님의 다음 두 편의 글을 소개해 드리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네요.
하나는 작년 초(2.9) 인수위 시절에 이명박 당선자가 읽었다고 주장(-.-.;)하는 책에 대한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작년 7/23에 참모들에게 선물했다는 처칠 평전(출처)입니다.
이 포스팅을 올리신 홈지기님도 언급을 하셨지만, 이 책이 무슨 처칠을 깊이 있게 파헤치며 생각거리를 우려낼 책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요약서 형식의 날렵한 책입니다. 존 라이언씨가 지도자들에게 권하는 생각할거리를 주는(a thought-provoking) 책과는 거리가 멀죠. 홈지기님의 표현을 조금 빌려 오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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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 평전(『We Shall Not Fail』) 이라…… 이제껏 MB는 무슨 역사의식이 있는지 알기 힘든 인물이었다. 그런 MB가 대뜸 처칠의 리더십을 배우자고 나섰다. 그것도 정통적으로 처칠을 파헤친 깊이 있는 책이 아니라, 전형적인 비지니스 리더십 스타일로 요리된 책을 두고서 말이다. 맹형규 수석과 박형준 비서관이 추천했다고 하니 냉큼 듣고 솔깃했던 모양인데, 어찌 보면 참 얕은 역사의식을 드러내는 단면인 것 같아 씁쓸하다. (역사인식을 보면 MB가 보인다. 에서 인용) |
우리 이명박 대통령께서 읽으셨다는 또 다른 책인 가드너의 <통찰과 포용>에 대한 홈지기님의 평가도 살펴보죠. periskop 홈지기님의 설명에 따르면 가드너의 이 책은 리더십의 핵심에 대한 것인데 단순히 지도자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효율적으로 접근할 것인가 하는 기술적 언급을 뛰어 넘어 다음의 경지까지를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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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이성을 잘 조화시켜, 체계적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저항하는 상대의 마음("unschooled mind") 속으로까지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꽂는 표현 능력.. (MB로 인해 묻힌 또 하나의 책. 에서 인용) |
아무리 이명박 대통령을 이모저모로 뜯어 봐도 저 책을 읽고 뭔가 교훈이나 생각할거리를 얻은 지도자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지난 1년을 통틀어 말이죠.
두번째 덕목으로는 도전 정신을 꼽습니다.
그냥 예전 방식에 안주해서 하던 방식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방식과 영역으로 도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죠. (The best leaders and top performers are always hungry for new knowledge and experiences)
즉 70-80년대에 건설업에서 잔뼈가 굵어온 이명박 대통령의 경력은 잘 알겠지만, 이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예전 70-80년대 식 경제 성장틀에 안주하려고 해서는 곤란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이런 면은 첫번째 덕목인 학습 능력과도 연관이 되는데 부단히 새로운 아이디어와 통찰력이 공급이 되지 못하는 지도자는 자꾸 과거에 자신이 성공했던 방식과 영역으로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경향이 생길 것 같네요.
세번째 덕목으로 건설적인 피드백 능력을 강조합니다.
즉 부단히 자신의 업무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챙기고 이를 매일 자신의 업무에 새로이 적용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입니다. (getting constant feedback on how they are doing and applying it daily to their performance as leaders.)
이명박 정부에게서 피드백 능력이라….-.-;;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죠. 다들 아시는 내용이라…
존 라이언씨의 글을 모두 읽고 드는 생각
이런 세가지 정도의 덕목이 평범한 지도자와 비범한 지도자를 나누는 관건이 된다고 합니다. 전 이 글을 읽으면서 비범한 지도자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그저 역사상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지도자 수준으로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면 그건 우리나라에 크나 큰 축복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