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꿈
국가의 안보는 단순히 돈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2007년 4월 4일 서프에 올린 글
이번 한미 FTA 협상 진행과정 중에서 제가 관심을 둔 분야는 단 한 가지였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위상에 관한 것이었죠. 협상 초반부터 시작해서 중반은 물론이고 거의 막바지까지 개성공단의 역외가공무역을 통한 한국산 인정 여부는 어림도 없는 소리로 치부되는 듯이 보였습니다. 한미 FTA 협정이 체결된 후에도 일부 언론에서는 빌트인(built-in: 협상 타결 후 다시 논의)이라고 보도를 하던데, 이건 잘못된 보도입니다.
보다 정확한 내용은, 개성공단처럼 북한에서 제조되는 한국 기업의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건 당연하고, 다만 북한의 핵폐기 진전 여부에 따라, 한미 간에 새로 만들어질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에서
따라서 빌트인 개념을 한 단계 뛰어넘는 것이죠. 전 사실, 이 정도의 협상 타결이 이루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의약분야에서 매년 1,000억 원 정도, 농산물 쪽에서 2,000억 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할 거라고 보더군요.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도 몇백억 원 신규 적자액 증가를 걱정하시던데. 반대로 자동차 수출이나 섬유, 기타 대미 관세 인하에 따른 공산품의 수출 증가에 따른 손익 계산이 한창이시고……
오늘 전 조금 다른 쪽 손익 계산을 해 보겠습니다.
예전에 국제방에 올렸던 글 중에서
개성 공단 사업의 군사적 효용성 분석 (27) ☜
북한군 연구 (서울 불바다 편) ☜
이란 글이 있었습니다. 둘 다 개성 공단의 군사적 효용성에 대한 분석이었죠.
그런데 이번에 타결된 한미 FTA를 통해 개성공단이 현재의 모습과는 아주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물론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포함한 북미 간의 관계개선이 선행되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현재로서 분위기는 무척 고무적이라고 보셔도 될 겁니다. 미국 측으로부터『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에 대한 확답까지 들었다면, 이건 미국도 개성공단의 성공을 도와주겠다는 신호로 해석해도 될 테니까요.
그럼 지금 겨우 개성 근처의 몇 만평 정도 크기의 개성공단이 뭐 그리 대단하게 군사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난리냐고 타박을 주실 분들께, 개성공단의 1, 2, 3단계 개발 계획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1단계 개발에서 거의 2억 4천만 달러를 투자해서 각종 기반시설을 건립하고, 전체적으로 100만 평의 규모의 사업을 계획했답니다. 그런데 2004년에 2만 8천 평 시범단지가 분양되고 2005년에 5만 평 부지가 분양된 게 전부죠. 사실 지금까지는 국내외 각 기업이 부시 정권의 출범 이후 싸늘해진 북미 관계 속에서 서로 눈치만 보느라 주저하고 있었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이번 달 말에 있을 1단계 사업 잔여부지 53만 평에 대한 분양은 아주 순조로울 걸로 예상됩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2단계 개발 준비에 착수합니다. 즉 공장부지만 해도 1단계 개발 계획 전체 면적보다 넓은 150만 평에, 생활구역 40만 평, 상업구역 10만 평 해서 총 250만 평이 개발되죠.
무엇보다 눈에 띄는 사항은…
예전에 1단계 개성 공단 개발 사업으로 현재 개성공단 위치에 주둔하고 있던 북한군의 남침의 선봉이자 북진 시 이를 막는 최일선 사단이던 북한군 2군단 6사단이 주변 산속이나 후방으로 이동한 상태라는 건 이미 말씀 드렸습니다.

△ 그림 설명: 서울, 개성, 연백평야를 포함한 휴전선 일대의 위성 사진입니다. 노란색으로 상자를 친 4개의 지명이 대부분의 북한군 장사정 포대가 위치한 곳들입니다. 평화리와 동창리, 임한리 오른편의 초록색 띠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게 휴전선입니다. 그리고 개성을 중심으로 노란색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는 송악산과 진봉산은 각각 북한군 최고사령부와 군단사령부 감시소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송악산의 최고 사령부에는 개전과 동시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심이 된 북한군 수뇌부가 전선을 직접 지휘하는 장소가 됩니다
하지만, 많은 보수적인 분들이 염려하시는 북한군의 장사정포대 대부분이 월정-임한-동창-평화리를 연결하는 임진강변의 진봉산 주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물론 진봉산과 송악산 사이의 평야지대에 배치된 포병 전력은 이미 1단계 개성 공단 개발로 모두 후방이나 주변 산지로 재배치되었지만, 아직 이들 임진강변의 장사정포대는 여전히 위치 변동이 없는 상태죠.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 개발 준비가 시작되는 2단계 개성 공단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면, 서울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임진강과 진봉산 사이의 이들 장사정포대는 전부 송악산이나 그 이북 지역으로 철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답니다.
물론 송악산과 진봉산 지하에 설치된 북한군 최고사령부과 군단사령부 감시소 역시 훨씬 북쪽으로 이동하게 되겠죠. 원래 이들 시설은 개전과 동시에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중심이 된 북한군 수뇌부가 전선을 직접 지휘할 장소였답니다.
덤으로 현대는 현재 평화리 일대에 대규모 테마공원과 함께 3개의 골프장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 일대의 북한군 지상군은 분명히 후방으로 철수하게 될 겁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들 지역이 북한 쪽에서 얼마나 휴전선과 근접해 있는 위치인지 한눈에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2012년에 계획대로 3단계 개발 사업이 완료된다면, 공단 지역은 물론, 확장구역과 개성 시가지를 포함한 총 2천만 평 규모(여의도 면적의 22배, 서울 면적의 1.1배)의 대단위 공단이 조성될 겁니다. 이때쯤 되면 개성공단은 단순히 북한의 저임금만 따먹는 단순 임가공 수준이 아닌, 중화학공업과 산업설비 분야를 총 망라한 복합 공업단지로 발전하게 되겠죠.
이 시점 정도라면, 단순히 휴전선에서 개성 사이의 군사적 완충 지역이 생기는 정도가 아니라, 임진강에서 연백평야 동쪽의 예성강 사이의 엄청난 지역이 수도 서울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편 수도권에 새로운 경제적 활력을 불어 넣는 지역으로 성장하게 될 겁니다.
자.. 이제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이야기를 시작해 보죠.
이러니저러니 말도 많고 찬반의견도 팽팽한 대통령이었죠. 지금도 보수적인 분들은 박통 시절이 가장 살기 좋았다고 하시니 (-.-;)
전 박통의 경제 개발에 대해서는 반반입니다. 즉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부분에 대해서는 점수를 주는 게 옳다는 입장입니다. 반면에 노동운동 탄압과 각종 반민주적 경제 운영 등은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왜곡하고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보고요.
하지만, 국방정책에 관해서는 저는 박통에게 거의 90점 정도를 주고 있답니다. 특히나 자주국방에 대한 입장은 높이 사고 있습니다.
이런 박통이 자신의 임기 중 시도한 몇 가지 도박 중에 한 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건 당시 1여단장이었던 박희도 장군의 회고록과 MBC의『이제는 말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들 아시는 내용일 텐데요.
1976년 8월 18일 미군이 CP와 3초소 사이의 미루나무가 관측에 방해가 되기에 이의 절단 작업을 진행하던 중, 북한군의 기습으로 미군 장교 한 명이 현장에서 도끼에 살해되고 한 명은 평생 불구가, 그리고 미군 사병 4명과 한국군 4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건이 터지죠.

이에 주한미군 사령부는 본국으로부터 무력사용 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핵 탑재 가능 폭격기와 F-4 팬텀 전폭기가 휴전선 상공에 뜨고, 동해상에서는 7함대의 북한 해역 이동 등이 실시됩니다. 물론 미군은 북한군의 대응만 없다면, 공병대 투입에 의한 미루나무 절단과 김일성의 사과 입장 표명을 받는 것만으로 이 일을 끝낼 작정이었는데….
박통은 생각이 좀 달랐습니다. 늘 수도 서울이 휴전선에서 너무 가까워 각종 방어계획이 지나치게 빡빡하고 운신의 폭도 좁다고 느낀 박통은 이참에 연백평야까지 밀고 올라가서 충분한 완충지대를 확보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미루나무 절단 작업에 미군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특전사 요원들을 ‘응징보복특공조’로 카추사 복장을 입혀서 투입합니다. 미군의 절단 작업이 거의 끝날 무렵에 64명의 특전사 요원들이 작업복을 벗고 숨겨 들어간 M16으로 무장하고는 북한군의 5, 6, 7, 8 초소를 차례로 때려 부수고 북한군의 도발을 유도했지만 사전에 이를 인지한 북한군이 초소를 버리고 도망가는 바람에 박통이 추진한 이 전쟁 유도 작전은 실패로 끝나고 말죠.
누가 대통령이 되었건,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는 총 책임자로서의 입장은 아마도 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도 서울이 휴전선에서 너무 가깝다는 건 군사적 상식이 없는 일반인이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바고, 국정을 책임진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방책에 골몰하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죠.
아마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 생각을 했을 겁니다. 방법만 달랐지.
이제 박통이 생전에 꿈꾸던 연백평야까지의 군사적 완충 지대 확보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도 많고, 돌발적인 상황도 계속 될 겁니다. 하지만 크게 보고 길게 보면 한나라당이 되었건, 민노당이 되었건,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방향은 크게 변할 수 없게 된 거죠.
예전에 제가 국제방에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글을 몇 차례 올린 적이 있습니다. 사실 대응책이라고 해도, 일단은 선방을 맞고 시작을 해야 합니다. 화학무기를 장사정포에 탑재해 발사를 한다면, 아무리 대포병 레이더가 발달 되어 있고, 대포병 전력이 통합되어 몇 분만에 북한군 장사정 포병을 침묵시킨다고 해도, 그 최초의 몇 분에 얼마의 서울 시민이 희생될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계획대로 2단계, 3단계 개발이 추진되면, 이런 고민은 아주 예전의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제가 이번 한미 FTA 협상과정을 지켜보며, 다른 모든 분야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꼭 개성공단 문제만큼은 잘 해결되기를 바라던 이유입니다. 왜냐하면, 국가의 안보는 단순히 돈만으로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신 협상팀과 정부 관계자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후기: 이번 한미 FTA 체결 후 가장 처신을 잘 하고 있는 건 역설적이지만, 민노당과 프레시안, 오마이뉴스입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의 협상력 향상을 위해 강연을 하는 허브 코헨 (Herb Cohen) 의 저서중에 You can negotiate everything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여기에 보면 계약 후 상대방이 협상에서 성공한 기분이 들도록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현재 미국 의회는 재협상을 하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죠? 이런 기사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우리 정부가 협상을 잘 했구나 하고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반면에 현재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그리고 조중동은 우리 정부가 협상을 잘했다며 칭찬이 자자하죠? 그걸 보는 미국 사람들 기분이 어떨 것 같습니까? 지금은 짜고 치는 고스톱일지라도 한미 FTA 재협상하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국회나 언론에서 연출(?)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이게 바로 국민과 정부, 언론이 이심전심으로 짜고 외국에 대응해야하는 슬기로운 자세죠. 그 악역을 김근태가 맡고 있을 따름이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