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보유국이 전쟁을 에너지로 하나? 시사우화님의 글을 보고
등록일 2006-9-3
제목은 섹시하지만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실제 역사는 그렇다고 증명합니다.
국가의 운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마지막 승부처라면 핵이 관건이 되지만 현대사의 발자취를 쫓아가 보면 핵 보유국이라고 해도 별 수 없다는 걸 아시게 될 겁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아직도 영국이 스스로 최강국이라는 착각에서 빠져 나오고 있지 못하던 시절 중근동 지방에서 영국은 혹독한 현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우선 1956년 이집트는 변변한 군사력도 없이 영국의 소유였던 수에즈 운하를 점령하고 국유화를 선언합니다. 물론 수에즈 운하야 이집트 한 가운데 있지만 당시 소유권은 엄연히 영국에게 있었답니다. 매년 운하 사용료도 엄청난 수입이었고.
조금 역사를 뒤적여 보죠. 수에즈 운하의 시작은 프랑스가 시작한 일입니다. 운하가 완성된 이후에 1875년 이집트 왕이던 이스마일 파샤는 부족한 재정을 핑계로 운하 운영 회사의 주식의 절반을 영국에게 매각했고, 영국정부는 이집트 정부 지분에 더해서 프랑스의 지분까지 모두 매입해서 궁극적으로 수에즈 운하의 소유권을 독점하게 되죠.
막말로 무력으로 빼앗은 것이 아니라 돈 주고 사 온 거라 이겁니다. 그걸 낫세르 이집트 대통령이 국유화를 선언해 버린 거죠. 이후 수에즈 운하의 수익은 1975년에는 1억달러, 1982년에는 1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이집트로써는 짭짤한 외화 수입원이 되고 있습니다.
1956년 영국은 이미 핵 보유국(1952년 첫 핵실험)이었고 이집트는 한줌도 안 되는 재래식 군사력만을 갖고 있는 변방의 나라였는데 말입니다.
시사우화님 논리라면 카이로에 핵탄두 하나 떨구고 수에즈 운하 챙겨오면 될 것 같은데 영국은 프랑스와 이스라엘을 꼬드겨 이집트를 재래식 전력으로 침략했다가 결국 미국이 보유하고 있던 영국 파운드화를 대량 매각해서 영국 경제를 파탄시키겠다는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의 협박에 순순히 철수하고 운하도 포기하게 됩니다.
사실 이런 국제적 사건을 보면 열강간의 밀고 당기며 서로의 뒤통수를 치는 협잡에 가까운 배신을 통해 믿을 것은 자기 자신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굳어지고는 합니다.
무슨 말씀이냐고요? 한번 내막을 들춰보죠.
실제로 나세르 당시 이집트의 대통령으로 하여금 수에즈 운하의 국유화를 결심하게 만든 큰 요인중에 하나는 아스완댐의 건설 자금 지원을 중단한 미국과 영국의 딴지였습니다. 즉 미국도 나세르로 하여금 수에즈 운하의 국유화를 부추긴, 다시 말해서 영국과 한통속이던 사이죠. 물론 이유는 소련으로 기울어 지기 시작한 나세르의 사회주의 경향이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스라엘, 프랑스 영국이 이집트를 침략하고 폭격을 가하자 미국 정부 파운드화를 국제 금융시장에 대량 매각해서 영국 경제를 파탄 내겠다는 비열한 협박을 통해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의 철수를 유도합니다. 서구 열강이라고 다 같이 짝짜꿍일꺼 같지만 세계적 헤게모니 쟁탈에는 어제의 친구도 없는 것이죠.
정리하겠습니다. 핵을 갖고 있던 영국이지만 결국 재래식 군사력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하려고 했습니다. 당시 이집트는 소련의 핵우산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한가지 예를 더 들죠. 월남전 하면 사람 마다 떠 오르는 장면들이 다 다를 겁니다. 제 경우는 디엔 비엔 푸 전투와 케산 전투가 떠 오릅니다. 프랑스군이 자신들의 우월한 전력을 믿고 월맹지역 한 가운데 들어갔다 본전도 건지지 못하고 나온 것으로부터 아무런 학습 효과를 얻지 못하고 1967년 미국 해병대가 그 실패를 그대로 답습한 패배의 전형적인 전투 사례입니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1967년 미군은 당시 호치민 루트를 감제할 수 있는 600 미터 높이의 케산에 해병대를 주둔 시킵니다. 하지만 월맹군은 두더지 전법으로 매일 몇 미터씩의 참호를 파며 한발 한발 케산 고지를 압박해 들어 갑니다. 결국 1968년 1월부터 시작된 케산 포위전은 당시 타임지나 뉴스위크지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시사지들의 전면을 장식하는 대단한 뉴스거리가 되죠.
더 이상 케산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한 미국은 월맹과 막후 교섭을 벌입니다. 케산을 무력으로 점령하면 하노이에 핵을 투하하겠다고… (-.-;) 쯧쯧쯧…
결국 막후 교섭의 결과는 월맹이 케산의 포위를 풀어주는 대신 미군은 케산에서 미해병대를 철수하고 케산을 포기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습니다.
시사우화님 논리대로라면 마찬가지로 핵으로 월맹을 윽박질러서 북위 17도 선 이북으로 월맹군을 모두 철수 시키라고 요구를 할 법도 한데…. 겨우 체면 차릴 정도의 철수 조건을 얻기 위해 핵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은 거죠.
핵을 갖고 있다고 해서 다른 핵우산이 없는 약소국에게 무작정 협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시사우화님의 미국과 베트남의 경우는 중소의 핵우산 아래 베트남이 있었기 때문에 이 경우 적용이 안된다고 하시지만... 글쎄요..
그럼 또 다른 예를 하나 보죠.
다들 아시죠?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의 포클랜드 제도를 둘러싼 분쟁을... 아르헨티나는 핵도 없고 따로 핵우산을 챙겨주는 나라도 없던 경우입니다. 영국 입장에서는 대규모 항공모함 전대를 파견할 필요도 없이 보유하고 있던 대륙간 핵탄두 탄도 미사일을 사용해서 영토의 반환을 요구 할 수도 있었을텐데... 자국 왕실의 왕자까지 동원해서 육박전을 거쳐 자신들의 영토를 탈환합니다... 투입된 전비는 천문학적인 액수였고.
예를 들으려면 끝도 없습니다.
이 정도 현대사의 교훈에서 깨닫지 못하신다면 한가지 생각할 거리를 더 드립니다.
미국이 영변을 포함한 북한의 핵 개발 시설들을 정밀 폭격하고 북한의 각종 장거리 미사일 기지들과 군시설들을 융단 폭격하는 과정에서 한미 연합군이 개성 북방의 현 황해남도 지역을 수복했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더 이상의 추가 북진은 없는 상황에서 남한은 수도 서울에 대한 완충지대를 얻은 것에 만족하고 미국도 북한의 핵 시설 제거에 만족하는 정도에서 정전을 원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런 과정이 불과 1주일 이내에 일어난다면, 북한 당국에서 과연 핵으로 보복을 결정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없을까요?
정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있죠. 김정일을 포함한 북한 군 수뇌는 무한 고민 루틴에 빠질 겁니다.
정전협정을 받아들이면 적어도 정권은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화학무기와 핵으로 보복을 하면 통쾌는 하겠지만 정권도 날라갑니다. 특히나 망명을 해도 받아 줄 나라가 없는 황당한 상황이 되죠.
한미 연합군이 작정을 하고 평양을 탈환하려 든다면 북한 수뇌부로써는 고민할 필요도 없죠. 어차피 죽는 거 같이 죽자고 하겠죠. 하지만 그 중간의 어정쩡한 상태에서 정전이 이루어 진다면? 핵을 도깨비 방망이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이게 제가 북한의 핵을 보는 입장입니다.
하물며 아직 북한의 핵탄두는 무게가 2-3톤 수준으로 초보적인 수준입니다.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에 꾸겨 넣을 수준이 되지 않죠. 노동미사일을 포함한 대부분의 북한 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1000-1200 Kg 정도 입니다. 미사일에 의한 핵투발이 불가능 하다면 결국 재래식 폭격기에 의한 방법 밖에 없는데 그게 현재 한반도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핵투발 수단 여부나 제한전 여부를 떠나서 상대가 핵을 갖고 있다면 그 것 자체로도 충분한 전쟁 억제력이 되기는 합니다만, 현재 한반도의 상황에서는 핵도 필요없습니다. 휴전선에 전진 배치된 장사정포와 화학탄두의 결합만으로도 충분한 전쟁 억제력은 있죠. 남한에 말입니다. 어차피 핵도 국가간의 협상에 쓰이는 여러가지 장기말중에 하나입니다.
시사우화님께서 논리를 다시 점검해 보시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핵이란 재래식 군사력을 포함한 전반적인 국력의 반영이지 핵미사일 몇 개 가졌다고 비핵국가들에게 호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요술 방망이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예로 들은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서 저의 논리만을 지원하기 위해서 선별적으로 인용했다고 생각이 드시면.... 시사우화님께서 직접 본인의 논리를 지원하는 역사적 사건을 챙겨서 별도의 글을 쓰시던지 반박글을 올리시도록 권해 드립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각자의 고정된 시각에 따라 강조되어 보이는 사건과 입장이 다릅니다. 그리고 각자의 글쓰기 스타일은 각 개인의 고유한 측면이니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건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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