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1)
패권 국가의 수명은?
등록일 2006-9-7
시사우화님의 글이 며칠 연속으로 대문에 오르고 있습니다. 논조나 글의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미국에 살고 있고, 또한 근거나 자료에 목숨을 거는 이과 출신의 한계랄까? 뭐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제 뒷목을 잡아당깁니다. 시시우화님께서 미국을 보는 시각과 패권국가관에 대해서 박수를 보내시는 많은 분들을 보면서 뭔가 균형을 잡아드릴 글을 써야만 할 것 같은 심정이 들더라 이거죠. ⓒ Crete
그냥 모른척하고 눈팅만 하려니 길가에 빵꾸 난 차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노인 운전자를 모른 채하고 지나가는 심정이 되어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1-2편정도 미국 특집을 올릴까 합니다.
이번 글은 올 6월 12일에 뉴스위크에 실린 칼럼 (Fareed Zakaria: How long will America lead the world?) 에 나온 자료를 중심으로 올리겠습니다. 거의 요약 발췌 수준에 제가 미국에서 살면서 느끼는 점을 중간 중간에 조금씩 가미하는 형태로 써 볼까 합니다.
들어가겠습니다.
일단 시시우화님이 보시는 시각, 그러니까 영원무궁한 패권 국가란 없다는 시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로마를 보나 스페인을 보나, 대영제국을 보나 영원무궁할 것 같던 제국들이 새로운 도전에 적응을 못하고 한 순간에 역사의 뒤 안으로 사라진 무수한 예를 볼 수 있습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변함없어 보이는 미국이라는 패권 국가가 현재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들을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료를 둘러보면서, 미국에 살고 있는 저 자신이 우울해 질 지경입니다. 그래도 꾹~~ 참고 한번 보시죠.
1. 그림자
다들 한번쯤은 들어보신 골드만 삭스는 2045년경이면 중국이 미국을 재치고 세계 제1의 경제 규모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괜히 폼 잡는 경제 전망이 아닙니다.
GE 의 CEO 인 제프리 임멜트 같은 경우는 본인이 늘 각종 제조분야의 사업 결정을 할 때마다 피부로 느끼는 문제들, 그러니까 중국이나 멕시코와 비교해서 미국 내의 제조업 여건이 너무나 열악한 것을 보면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제조업체들이 미국 내에서 사업을 할지 모르겠다는 푸념을 하고는 합니다.
이 양반이 좀 독설을 하는 편이어서 얼마 전에는 올해 미국 내 전기공학 관련 학위자 보다 스포츠-훈련 관련 학위자의 수가 더 많다는 통계를 들어 미국이 세계의 마사지 종주국이 된다면 아주 잘 해낼 거라고 비아냥대기도 했습니다.
이 양반만 그러는 게 아니라 조금 생각이 있는 사람들, 가령 인텔의 앤디 그로브 같은 경우도 미국의 현 상황을 빙산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타이태닉에 비유하면서 미국이 내리막길로 들어섰는데 아무도 그 사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주변국가들, 특히나 인도와 중국의 급부상을 옆에서 보고 느끼는 사람들은 모두 한마디씩 할 만큼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한창입니다.
실제 통계 자료를 몇 가지 인용하죠.
① 매년 인도와 중국에서 총 95만 명의 기술자가 배출 됩니다. 미국은? 7만 명의 기술자가 나옵니다. 그럼 이런 기술자의 임금 수준을 보죠. 미국 내에서 한 명의 기술자를 고용하는 비용이면 인도에서는 11명의 기술자를 고용할 수 있습니다.
② 10억불 이상 규모의 화학 공장 중 현재 건설 중인 120여 개 공장 가운데 1개만이 미국 내에 건설 중이고 50개가 중국 내에서 건설 중입니다.
③ 미국은 대부분의 산업화된 국가는 물론이고 일부 중진국 수준의 국가보다도 낙후된 휴대전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프랑스보다도 고속 인터넷 망이 느리고 가격도 비쌉니다.
④ 세계적인 기준으로 볼 때도 평균 이하의 의료보장 제도를 갖고 있고, 공립학교의 1/3 이 효과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⑤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효율적인 자본시장을 갖고 있다고 미국인들이 착각 속에서 살고 있는 동안 작년 1위부터 25위까지의 대형 IPO (주식 공개) 중에서 겨우 하나만 미국 내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5년간 부시 대통령의 엉뚱한 정책 덕분에 런던이 뉴욕의 자리를 꿰차고 세계의 금융시장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⑥ 사회보장제도 역시 부도나는 건 시간문제이고, 저축률이 “0” 가 된지는 오래고, 전 세계 저축의 80%를 빌려다 쓰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 법정 소송에 들어가는 돈이 전체 미국 사회가 R&D 에 쏟아 붓는 돈보다 더 많습니다.
⑦ 거기다가 부시 대통령 집권 이후 영국과 일본을 제외한 기존의 우방들과의 관계는 이전 정권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고, 중동에서의 외교적 역량은 역대 대통령 집권 시절,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이 나 버렸습니다. 무원칙 한 핵 정책 덕분에 이란과 북한의 핵개발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요.
자… 대충 생각나는 대로 적어 봤지만 아마도 훨씬 더 많은 문제점들이 있을 겁니다. 그걸 전부 다 적을 요량은 아니고요. 대충 감만 느끼시면 됩니다.
비관적이죠?
그럼 미국의 다른 면을 한번 보시죠. 패권국가라고 해서 군사력만 빵빵한 게 아닙니다.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의 거의 50% 를 차지하는 엽기적인 군사 부분은 오늘의 글에서는 잠시 뒤로 미뤄 놓겠습니다.
2. 빛
① 지난 20년간 미국의 성장률은 평균 3% 정도로 독일이나 프랑스가 2% 미만인 것에 비교하면 상당히 양호한 성장률을 보입니다. (일본은 2.3% 입니다) 현대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생산성 증가율도 지난 10년간 연평균 2.5% 로서 유럽 연합의 1.5% 보다 훨씬 우월합니다.
② World Economic Forum에 따르면 미국은 아직도 세계 2위의 경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오며, 기술력과 신기술 개발력, 기업의 연구개발비 지출액, 연구소의 질적 수준 등에서 1등을 먹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미국의 크나큰 장래의 위협인 중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30등 밖에 있고, 인도는 과학자와 기술자의 보유 부분에서만 10위에 올라있고 나머지 분야는 모두 10위권 밖입니다) 마지막으로 미국 기업들의 생산성과 이익률은 세계 제일입니다.
③ 고등교육 분야로 가면 미국의 경쟁력은 더 더욱 눈에 띕니다. 전 세계 상위 20개 대학 중에서 18개 대학이 미국 내에 소재해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미국은 GDP의 2.6%를 고등교육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럽은 1.2%, 일본은 1.1%)
④ 대학 연구소와 기업연구소 간의 협동과정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납니다.
⑤ 전 세계의 유학생의 30%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⑥ 특히나 대학의 시스템은 유럽이나 일본의 관료적인 시스템이 도저히 흉내를 낼 수 없고 중국과 인도가 단기간에 성취할 수 없는 개방적이고 활기차다는 점에서 특히나 미국의 강점으로 꼽힐 것 같습니다.
⑦ 그밖에 기업가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개방적인 관련 법규 시스템, 신축성이 좋은 금융시장 등이 기업가로 하여금 리스크를 무릅쓰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하는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고 보입니다.
⑧ 그리고 미국의 가장 큰 강점은 향후 10년 이내에 노동인구가 감소하지 않을 유일한 산업사회라는 점입니다. 물론 개방적인 이민 정책 덕분이죠. 한번 다른 나라들의 사정을 보도록 합시다.
2050년까지 독일은 5%, 일본은 12%의 인구 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중국의 경우는 너무나 심란합니다. 2040년이면 미국보다 노년층의 비율이 더 높아집니다. 1가정 1자녀 정책의 후유증으로 “4-2-1”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4명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2명의 부모가 1명의 노동자에 의해서 부양되는 기형적인 사회구조가 됩니다.
3. 미국이 걸어 온 길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99%의 분들에게는 미국은 언제나 세계를 주무르는 초강대국, 세계 제일의 파워… 그런 이미지 일겁니다. 하지만 미국이란 사회가 역경이나 도전이 하나도 없이 조상들이 물려준 유산이나 까먹으면서 현재의 세계 제일의 패권국의 지위를 지켜왔는지 한번 보시죠.
이차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만도 대략 3차례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1. 소련이 쏘아 올린 스푸트니크 위성이 가져다 준 정신적인 쇼크는 . 글쎄요, 이게 쉽게 말로 설명이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2. 1970년대 초반에 시작된 고유가 시대를 거치면서 미국은 심각한 저성장 궤도에 들어섭니다. 닉슨대통령 조차 다극화 세계가 올 거라며 유럽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의 부상을 예상했죠.
3. 1980년대 중반은 일본의 독무대였습니다. 당시 나온 거의 모든 경제 서적은 일본을 배우자는 것이었고, 일본의 문화와 회사 내의 분위기조차도 모두 학습의 대상일 정도로 일본이 향후 슈퍼 파워가 되리라는 데 의문을 품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죠.
하지만 미국은 매번 자신들의 장점, 즉 신축성 있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도움에 귀를 기울이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열정이 가득한 시스템을 사용해서, 자신들의 실수를 수정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어서 그에 집중함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났고 따라서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4. 앞으로의 미국
현재 닥친 미국의 위기를 구조적인 위기로 볼지 아니면 차기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따라 치유될 수 있는 문제점들로 볼지는 사람마다 시각에 따라 그리고 경험과 주변 환경에 따라 모두 다를 겁니다. 저는 반반 입니다. 올 11월에 있을 중간 선거의 결과를 보면 그나마 대략의 윤곽이 잡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공화당이 득세를 하면 하강 속도가 더 빨라지겠죠. 반면에 민주당이 대대적인 승리를 하면 현재의 미국의 문제점들이 악화되는 속도는 조금 줄어 들 겁니다.
아~~ 단순히 민주당은 선이고 공화당은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얘기가 아닙니다. 적어도 지금처럼 행정부와 의회가 모두 한 정파에 의해 독점되는 상황에서 문제의 정상적인 파악과 실마리 찾기란 너무 어려우니, 상원이나 하원 하나만이라도 민주당이 회복을 하면 그나마 균형이란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얘기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주관을 피력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기 보다는 북핵과 미국의 패권 상실 간의 연관에 너무 비중을 많이 두시는 분들께 참고자료로 쓰시도록 제 의견은 빈칸으로 남겨 두렵니다.
과거의 역경을 지혜롭게 극복한 미국이 자신들의 패권 연장에 성공했듯이 현재의 어려움도 잘 극복한다면 또 향후 수십 년간 패권국의 지위를 누리겠죠. 하지만 지금처럼 자신들의 장점인 기술개발과 연구 분야에 예산 배정을 줄이는 삽질을 계속하고 종교적 이유로 (물론 정치적 이유가 배경에 있기는 하지만) 과학개발의 발목을 잡는 어리석은 행태를 계속한다면, 그래서 골이 너무 깊어진다면, 미국의 차세대는 지금보다 훨씬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할 겁니다.
너무 싱거운 결론 같지만 제가 뭔가를 주장하려고 쓴 글이라기보다는 좀 더 큰 틀에서 미국이란 나라를 보시라고 자료 제시 정도로 썼습니다.
다음 번 글에서는 제가 진정한 미국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언급해 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