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이 개혁세력의 최후일까요?
길게 보고 확실히 정리합시다.
등록일 2006-12-2
김근태의원과 노통 간에 오가는 말들을 보며 그래도 참 그만하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런 떨거지들을 데리고 이만큼이나 끌고 온 것이…… 전체 열린우리당 의원들 중 100 여명 정도를 신당추진파로 보더군요. 친노직계는 20-40 명 정도?
그거 참… 저런 인적 구성으로 지금까지 개혁을 외쳐왔으니……
어느 세력이 탈당을 하고 어느 세력이 남을지 말들이 많더군요. 제 생각은 “이 참에 확실히 정리를 하자” 입니다.
예전에 열린우리당의 작태에 대해 독소전 기간 중의 독일군을 빗대서 썼던 글이 있습니다. 지금 적용하면 더 맞을 것 같아 한번 손을 봤습니다.
나찌 독일은 각 점령국 마다 총독을 파견해서 점령국에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했습니다. 새벽의 7인이란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암살하는 대상이 체코 총독이었죠. 마찬가지로 당시 독일의 가장 큰 점령국인 폴란드에는 한스 프랑크씨가 거의 모든 영역에 이르는 전권을 수행하고 있었죠. 철도 이용권도 그의 수중에 있었습니다.
독일과 소련이 전쟁을 시작한 이래로 동부전선의 독일군은 한번도 넉넉한 보급품을 공급 받은 적이 없습니다. 물론 전쟁 전에 충분한 계획과 준비가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독일 본토와 러시아 전선을 연결하는 폴란드 철도에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즉 러시아의 최전선에서는 화차 1량의 보급에도 목말라하고 있는 긴급한 상황에서도 당시 폴란드 총독인 프랑크는 군용열차에 절대적인 우선권을 요구하는 독일군부의 요구를 끈질기게 거부합니다. 결국 1941년 6월에 전쟁이 시작된 지 6개월이나 지나, 모스크바 코앞에서 제대로 된 방한장비 하나 없이 기본적인 보급품과 탄약마저 넉넉하지 못한 채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는 자국군이 기진맥진해 버린 12월이나 돼서야 겨우 독일군부에 폴란드 철도이용권의 최우선권을 넘겨주게 됩니다.
전선 후방의 파르티잔만 전방에서 피 튀기게 싸우는 독일군을 괴롭힌 게 아닙니다. 겉으로는 같은 편인데 실제로는 적군보다 더 힘들게 하는 놈들이 있는 법이죠.
노통이 악 바치게 개혁을 이끌어 나가는 마당에 열린우리당의 뒷발잡기야.. 뭐 이전에도 수도 없이 나온 바이고 이번 김근태 의장의 삽질은 거의 신기에 가깝다고 봐야죠. 정말 같은 편이라고 다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왠수 보다 더 하죠. 최전방에는 엄연히 적이 있는데 후방에 앉아서 책상머리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이나 챙기려는 작태에 전선의 병사들 (각종 개혁 입법들) 이 얼어 죽어 가는 걸 모른 채 하는 건지 정말 모르고 있는 건지.
정말이지 이 참에 확실히 갈라서기를 바랍니다. 일부에서는 한나라당이라는 주적이 전면에 있는 상태에서 적전 분열이라고 염려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소위 개혁 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이 어차피 한두 해에 완수되고 말 일이 아닙니다. 길게 보고 정리하고 가는 것이 옳습니다.
독일의 예를 한 가지만 더 들어 보이죠.
패전이 가까워 오자 독일은 우리의 모국이란 개념처럼 Fatherland (Vaterland: 독문학도님 지적)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아버지의 나라쯤 될 텐데. 조국을 지키자 이거죠. 동부전선에서 당시 독일인들이 야만인 취급하던 소련군들이 물밀듯이 몰려옵니다. 더군다나 독일의 잔인한 점령정책에 이를 갈던 소련이라 독일 영내에 진입하자 수많은 여인들을 강간하고 학살도 자행하며 복수가 대단했죠… 쩝…
나찌는 이를 영상물로 작성해 독일인들에게 선전을 하고 적어도 동부전선에서는 총력을 기울여 방어전을 펼치게 됩니다. 당시 히틀러 유겐트 같은 독일 젊은이들에게는 전쟁의 패배가 독일 민족의 최후와 동의어였죠. 겨우 14-16살짜리 소년들이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며 한 치의 땅이라도 지키려고 애를 썼지만….
하지만 전쟁의 패배가 독일 민족의 최후였을까요?
독일의 경우 패전 이전에는 전체 산업계에 걸쳐 도제(徒弟) 제도의 강한 흔적이 남아 있어 대량생산과 새로운 기술개발에 그렇게 효율적인 시스템이 아니었습니다. 실제 각종 군수품의 생산 효율을 보면 비슷한 자원의 투입에 소련이나 미국에 비해 훨씬 낮은 효율의 생산력을 보였답니다.
오히려 연합군의 폭격에 의해 각종 산업 시설과 인프라가 완전히 잿더미가 된 이후, 미국이 지원한 마샬프랜과 함께 들어온 포디즘(Fordism)의 도입으로 대량생산과 합리적 산업 시스템의 완비가 이루어집니다. 이를 바탕으로 전후 새롭게 개편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일본과 함께 새로이 떠오르는 산업국으로 다시 태어나죠.
단기적으로 패배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이 참에 열린우리당도 박쥐같고 무능한데다가 개혁적 마인드도 없는 일부 의원들과 결별하고 지난번 지자체 선거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새로운 인재들과 새롭게 개편된 시스템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개혁이 몇 년 안에 완수될 일이었다고 생각하시면 그 것 자체가 착각입니다.
저는 당을 사수하느냐 아니면 짐 싸 들고 나오느냐 역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중요한 건 이 참에 궁물들과 확실한 선을 긋고 개혁적 색채가 분명한 정예 요원들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이런 원칙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 역시 중요하고요.
길게 보고 확실히 정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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