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북한, 키예프, 대선 그리고 서프 (2)

패배를 인정하고 그 원인을 살피는 것 (2)

2007년 12월 15일 서프에 올린 글

어제 글 내용과 제목이 딱 들어맞지 않아 좀 의아해하시는 분들께서 계셨을 것 같네요. 시리아랑 북한은 알겠는데 키예프는 또 뭔지…. 오늘 키예프에 대한 얘기와 대선 그리고 서프에 대한 이야기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그런데 다 써 놓고 보니 너무 장황해서 염려가 되네요. 쩝….


제가 좋아하는 독소전 얘기 좀 하겠습니다.

독소전이 개시되고 나서 초반에 독일군이 승승장구하며 여러 개의 포위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걸 들어 보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러시아를 크게 3부분으로 나눠서 북부, 중부, 남부 집단군을 편성해서 쳐들어가죠. 이 중에서 중부집단군의 경우 초반부터 민스크 포위전을 포함해서 스몰렌스크 포위전까지 현란한 기동전술을 이용해 러시아군을 거의 빗자루로 쓸어 담다시피 하며 모스크바 코앞까지 단숨에 진출합니다. 물론 이런 전공에는 격렬한 러시아군의 반격에 정말 코피 쏟아가며 열악한 상태에서 분전한 독일군의 고생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그 성과가 어마어마하죠.


본 글에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간단히 러시아군의 피해상황을 한번 둘러보죠.


민스크에서만 6.22~7.9까지 러시아군의 서부전선군 총인원 63만 여명 가운데 완전손실(전사, 실종, 포로) 인원이 34만 여명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스몰렌스크에서는7.10~9.10까지 서부전선군, 중부전선군, 브리얀스크전선군 통틀어서 완전손실이 거의 50만 여명이 생기죠.


하도 독소전 스케일이 커서 사람들이 감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육이오 전 기간 3년 동안 우리군과 미군 그리고 전체 유엔군을 포함해도 완전 손실 인원이 30만 명을 넘지 않는답니다. 말이 좋아 총 인원 84만 여명이지 채 3달도 안 되는 사이에 중부 러시아는 구멍이 뻥 뚫렸다고 보셔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겁니다.


반면에 키예프를 목표로 출진한 남부 집단군은 생각만큼 진도가 안 나가죠.


  Uman_encirclement_41_03.jpg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키예프를 정면에 두고 특별한 포위 섬멸이 없이 나름대로 러시아군의 남서전선군은 선전하며 착실히(?) 후퇴를 하고 있죠. 위에 지도가 41년 7월 7일부터 14일까지의 전황도입니다. 이 기간 동안 독일군 중부집단군이 러시아군의 서부전선군을 자그마치 34만 여명 이상 거덜 내가며 스몰렌스크로 쾌속의 전진을 하고 있는 반면 남부집단군은 그야말로 악전고투하면서 한발씩 한발씩 키예프를 향해 전진해가죠.


이런 식으로 계속 작전을 지속하면 키예프를 가로질러 흐르는 드네프르강 서쪽에서 러시아군을 섬멸하는 게 불가능하겠다 싶은 독일군은 키예프 전면에 대한 공격보다 차라리 방향을 동남쪽으로 바꿔서 키예프 동남쪽에서 러시아군을 포위 섬멸하도록 작전을 바꾸죠. 이후 유명한 우만 포위전을 거쳐 대충 드네프르강 서쪽의 러시아군을 정리(?)하게 됩니다.


이제 꿈에도 그리던 키예프 공략이 눈앞에 왔는데, 문제는….


러시아군 역시 키예프 방어에 사활을 걸고 추가 병력을 투입하는 등 키예프 사수에 만전을 기했다는 겁니다. 이 시점에서 히틀러는 용단을 내려 중부집단군에 소속되어 있던 구데리안 장군의 제 2기갑집단(아래 그림의 빨간 원 안의 2TP)을 남하시켜 키예프 후미를 압박하도록 하죠. 또한, 키예프 전면 공격보다는 남쪽에서 제1 기갑집단(아래 그림의 빨간 원안의 1TP)과 제11, 17군을 동원해서 남쪽으로부터 키예프 후미를 차단하도록 하고 말이죠.


그림 하나 더 보시죠.


MC2_Kiev_Sept_1_10_41_03.jpg
 

이렇게 독일군의 남북에서 키예프 후미를 잘라내며 포위망을 구축하기 시작하는데 정작 러시아군은 키예프를 중심으로 5군, 21군, 26군, 37군 (연두색 원)의 4개 야전군이 넋을 놓고 앉아 있는 게 보이시는지요.


자~~


이제부터 본론입니다. 이 시점부터 하루 단위로 상황이 급박하게 변해 갑니다. 즉 지도에 보시듯이 9월 1일 ~ 9월 10일 사이에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하죠. 북쪽에서 제2기갑집단의 압박이 성공을 이뤄 포위망이 좁혀오는 상황에서 소련군 총사령부인 스타프카 는 키예프 돌출부를 고수할지 말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죠. 따라서 참모총장이던 샤포슈니코프를 포함해서 바실리예프스키 등은 키예프 근방에 배치되어 있는 5, 26, 37군을 즉각 빼내서 남북으로 좁혀 오는 독일군을 틀어막아야 된다고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스탈린은 이를 거부하죠. (-.-;;;)


아마 이 시점이 러시아군이 키예프에서 대규모 손실 없이 빠져나올 수 있던 마지막 기회였을 겁니다.


자~~ 위의 전황도에 나온 9월 10일이 지나자 남쪽에 교두보를 확보했던 독일군 제1 기갑집단의 제46차량화군단도 북진을 개시하고 북쪽 구데리안의 제2 기갑집단 소속의 각종 사단들도 거침없이 남진을 계속합니다.


  MC2_Kiev_Sept_11_15_41_02.jpg


또 전황도 하나 보실까요? 이게 9월 10일부터 15일 사이의 전황 변화입니다. 이 5일 사이의 스토리를 말씀 드리죠.


앞서 9월 11일에 남쪽의 독일군이 북진을 시작했다고 말씀드렸죠? 이때 러시아군 남서방면군 사령관인 부죤니 원수가 스탈린에게 다시 한번 후퇴를 진언합니다. 전황을 책임진 사령관으로서 당연하죠. 마치 뱀의 대가리가 졸리듯이 키예프를 주변으로 자그마치 4개 야전군이 물려 있는 상황에서 후미가 좁혀 오는 것이 한눈에 보이는데 뭘 망설이겠습니까? (아무래도 야전군 개념이 일반 분들한테 피부로 안 와 닿을 것 같군요. 우리 군의 실질적 야전군은 제1군과 3군 단 두 개입니다. 즉 세계 10대 군사강국인 우리나라 육군을 탈탈 털어봐야 야전군 2개밖에 안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스탈린의 대응이 압권이죠. 키예프 후위의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13일에 스탈린은 남서방면군 사령관인 부죤니 원수를 티모셴코로 교체해 버립니다. (-.-;;) 망해가는 집구석이라니….


모든 상황과 주변 증거들이 명명백백이 패배를 웅변하고 있는데 사령관을 교체하고 패배를 부인하는 황당한 명령을 내리죠?


뭐 생각나는 거 없으신지요?


제 생각에는 멀리 갈 것도 없다고 보는데요. 지금 서프에서는 독고탁님처럼 정동영과 이회창 후보가 단일화되거나 아니면 BBK와 관련해서 뭔가 큰 건이라도 하나 터지면 상황이 뒤집어 질 걸로 기대하시는 분들이 아직도 계신지 모르겠네요. 지금도 서프에 보면 여론조사 결과 자체를 부인하는 글이 엄청 높은 점수를 받고 올라옵니다.


조금 더 예전으로 가 볼까요? 지난번 신당 경선 때 여론 조사 결과는 꾸준히 이해찬이 3위인 걸로 나왔죠. 정동영이 이런저런 얄팍한 술수만으로 1등 했다고 보시는지요? 상황이 눈에 선명히 보이는데 부정만 하고 있으면 경선에서 1등을 하게 되나요?


당시 서프 전면 화면 왼쪽 상단에 올랐던 광고 기억나시는지요? 영화 300의 한 장면인 절벽씬을 배경으로 승리를 다짐했었죠? 전 당시 절벽 끝에서 떨어져 죽는 페르시아군의 모습에서 신당 경선 내의 친노 그룹을 봤답니다.


망해가는 집구석이나 정치집단일수록 눈에 보이는 현상을 믿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여론 조사가 오차가 나더라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35% 이하로 떨어질 것 같습니까? 아니면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이 25% 이상으로 올라갈 것 같고요?


이미 대선을 포함한 각종 총선에서의 패배는 지난 5년 동안 언론을 통한 여론 장악 경쟁에서 개혁진영이 알거지가 되도록 패배한 결과물일 뿐입니다. 앞서 제가 다이안 레임쑈를 언급하며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진실을 제때 알리고 왜곡 보도를 일삼는 조중동 기자들을 발가벗길 라디오 방송국이라도 만들자는 제안을 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죽자 살자 대국민 의식 전환을 위해 온 개혁진영이 올바로 선 라디오 방송국 하나 세우지 못하면, 5년 아니라 10년이 가도 제2, 제3의 이명박은 계속 나올 테고, 부동산 투기꾼만 배를 불리는 지도자를 뽑아 자신의 집 한 채 장만이 하세월로 늦어지는 걸 눈을 뜬 채로 지켜보면서도 여전히 부패 정당을 지지하는 좀비급의 두뇌를 가진 국민이 양산되는 걸 멀뚱멀뚱 쳐다봐야 하는 답답한 상황은 계속 될 거란 말이죠.


쩝~~ 표현이 좀 과격한 것 같기는 하지만….


에공… 키예프 포위전 얘기 마저 조금 더하고 끝내죠.


결국, 러시아군은 저런 위기 앞에서 사령관 교체까지 하면 쌩 난리를 치는 와중에 독일군은 착실히 진격을 계속해서 결국 9월 16일 남과 북에서 진격해온 제3기갑사단과 제16기갑사단이 로흐비챠에서 만나 포위환이 완성됩니다.


자, 이렇게 포위환이 완성된 상황에서도 러시아군 집구석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번 더 살펴 보죠.


새로 남서방면군 사령관으로 부임한 티모셴코도 처음에는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마침내 포위환이 완성되자 키예프에 물려 있던 남서전선군의 키르포노스 상장에게 구두(-.-;;)로 철수명령을 내립니다. 크…-.-;;


명색이 장군이란 사람이 책임 회피를 해 보자고 구두로 4개 야전군의 철수 명령을 내리다니… 그럼 상관만 잔머리를 굴리느냐, 명령을 받은 키르포노스 상장을 한번 보시죠. 그 역시 구두명령만으로 철수를 시작했다가 스탈린에게 처벌받는 것이 두려워 계속해서 문서로 된 공식명령 하달을 요구하죠.


아니 1분 1초가 아쉬운 포위망 안에서 이런 식으로 상관과 하급자가 스탈린의 눈치를 보며 서로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독일군의 포위환은 점차로 견고해져 가죠. 결국, 17/18일이나 돼서야 제한적인 후퇴 명령이 내려지고,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낳게 됩니다.


MC3_Kiev_Sept16_26_41_01.jpg 


결국, 포위환 안에 갇혔던 러시아군 제5, 21, 26, 37군 4개 야전군이 완전히 거덜납니다. 결과요? ㅎㅎㅎ


앞서 새로 부임한 남서방면군 사령관 티모셴코에게 구두 후퇴명령 말고 문서로 후퇴명령을 내려 달라며 시간을 허비했던 남서전선군 키르포노스 상장은 후퇴 와중에 전사하고 (전선군 사령관이 전사를 하다니-.-;;;) 5군 사령관은 포로가 되고…. 아무튼 완전히 콩가루가 됩니다. 총 결산을 해 보면 9월 말까지 키예프를 둘러싼 전투에서 입은 러시아군의 손실은 자그마치 62만 여명입니다. 현재 남한군 전체 병력수보다 많은 병력이 완전 손실을 보죠.


뭐. 더는 길게 얘기하지 않으렵니다. 눈에 보이는 실패를 두려워하고 진실에서 눈을 감고 상급자와 하급자가 서로 책임 전가만을 하고 있다면 우리 서프를 포함한 개혁진영도 키예프를 둘러싼 러시아군 꼴 나는 건 일도 아니죠.


지난 수차례의 보선 실패와 매번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 그리고 이번 대선과 지난번 경선의 패배 원인을 뭐라고 설명할 겁니까?


역대 정부 누구와 비교해도 환상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경제적 업적과 외교적 업적을 이루고도 이 정도로 망했다면, 단순히 "개혁진영의 정의가 언젠가는 이길 것이라"는 식의 종교적 낙관론은 이제 접어야 마땅하겠죠. 예전에 공산주의자들도 역사가 자신들 편이라고 믿었다고 하죠. 혁명적 낙관주의….-.-;;;;


이제 앞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왜곡 기사를 써 대는 조중동 기자들을 토론의 장에 끌어내서 단속을 하는 지루하고 어찌 보면 언제나 되야 효과가 날지도 모를 막막한 일을 하염없이 해야 할 때가 온 겁니다. 욕먹고 조롱을 당해도 눈곱만큼이라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토론을 유도해서도 안 되고 정말 누가 봐도 공정한 진행을 한다고 국민에게 신뢰를 쌓는 날까지 정말 고단한 나날이 될 겁니다.


그나저나, 설마 했는데 이명박씨가 정말 대통령이 되기는 될 모양입니다. 어제 뉴스를 보니 강남 지역의 재개발 기대에 그동안 나왔던 매물이 모두 들어가고 평균 1억씩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는 기사가 뜨더군요. 서울시장 재임시에도 이런저런 개발 구상으로 아파트 가격 많이 올린 양반인데, 통령이 되면. 좀 겁이 나네요. 말이 좋아 1억 이지, 정상적인 직장인들이 무슨 수로 저렇게 오르는 아파트 값을 감당을 하려는지… 런데도 좋다고 이명박을 지지하는 직장인들이나 대학생들을 보면….


마지막으로 독고탁님께서 올리신 정동영과 이회창의 연대를 촉구하는 대문 글을 보며 사족을 하나 답니다. 답답한 마음도 이해가 되고, 이명박이란 인물에 대한 염려도 이해는 되는데, 지금 정동영과 이회창의 연대를 촉구하는 모습이 제게는 우크라이나의 수도이자 당시 소련 남부의 핵심 도시인 키예프에 연연하는 스탈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미 내일모레면 포위환이 완성되고 남부전선군 모두가 거덜이 나는 상황과 지금 대선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키예프가 중요하다고 해도 전선에서 뛰는 병사들을 제물로 삼을 수는 없죠. 그나마 키예프 자체도 지킬 수 없는 게 뻔한데….


아무리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되는 걸 막아야 된다는 전제가 중요해도 이미 정동영씨 자체도 깜이 아닌데, 더더군다나 이회창이라뇨? 대선 끝나고 서프의 정체성에 이번 독고탁님의 대문글이 입힐 피해를 계산은 해 보신 건지. 원칙이 깨진 서프를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누구누구의 연대를 촉구하거나 되지도 않는 여론 조사 들먹이며, 있지도 않은 희망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고 지난 5년간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 경쟁에서 패배한 점을 깨닫고 지금이라도 차분히 어마어마한 조중동 세력과 싸울 작은 진지하나를 세울 준비를 착수해야 될 때라고 봅니다.


우리는 한나라당과 조중동에게 지난 5년간의 여론 경쟁에서 패배했습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고는 다음 5년, 10년도 지금 민노당이 찌질 거리 듯이 우리도 찌질 거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우린 패배했습니다. 아직도 감이 안 오시나요?

BBK와 김경준씨 조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검사들만 60여 명이랍니다. 그럼 그 60여 명이 모두 권력에 아첨해서 진실을 호도한 파렴치한 검사들일 것 같습니까?


지금 언론 상황에서는 서프를 매일 들어와 보지 않는 이상 세상 돌아가는 거 제대로 알고 살기 거의 불가능합니다. 검사들도 사람입니다. 아침 출근 시간에 차 안에서 듣는 라디오 뉴스, 출근해서 책상 위에 올려진 신문 헤드라인을 통해 세상에 대한 가치와 기준을 세웁니다. 이들이 정상적인 삶 속에서 접하는 모든 정보들이 조중동의 손아귀 안에 있는데 뭘 기대하시려고요. 속된 말로 그들은 확신범이란 말이죠.


그 확신범들에게 최소한의 균형감이라도 제공할 아침 출근 시간의 라디오 방송국을 수도권에조차 우리 손으로 세울 수 없다면, 개혁진영에 그 정도의 역량도 없다면…. 우린 앞으로도 계속~~ 지금 같은 상황의 대선, 총선, 지자체 선거를 치르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