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끓던가요?


2007년 12월 29일 서프에 올린 글

요 며칠 독고탁님의 시리즈 물을 보면서 참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소위 현장(?)에서 지배적인 정치공학적인 방정식도 살펴 볼 수 있었고 그런 공식의 결과물인 보혁 연대 주장도 잘 들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하고 싶네요.


서프 초기화면 왼쪽에 보시면 객원필진에 『Crete의 나라사랑』이란 코너가 있습니다. 2003년 9월 23일에 '이라크 전투병 파병 손익 계산서'라는 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많은 글을 서프에 올렸더군요.


아마 저를 개인적으로 아시는 분께서 보신다면, 꽤나 놀라실 겁니다. 제가 추측하건대, 제 예전 학창시절의 모습은, 정치에 관심이 조금 있지만, 특정 정치세력을 위해 밤을 새 가며 자료를 찾고 정성을 다해 그 자료를 손질해서 대중들에게 글을 쓸 정도로 정치지향적인 인물로 각인되어 있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몇 일전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절애고도님께서 이런 글을 남겨 주셨죠.


"저는 직업상 혹은 과거 철학적 의구심으로 인해 대한민국 정치에 관심을 아주 조금 갖고 있지만, 형(끄레떼)은 순수 자연과학도가 저보다 더한 정치적 열정과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언지요?"


생각해 보면, 제가 서프에 이렇게 글 질을 하는 걸 제 주변 분들께서 아신다면, 다들 이런 의구심을 표명할 것 같습니다.


거의 한평생을 실험실에서 보낸 백면서생을 이렇게 우리나라 정치 현장의 최전선에 끌어낸 그 이유가 뭘까? 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간을 가졌습니다.


좀 다른 얘기를 해 보죠. 주제를 시작도 못 했는데 벌써 두 번이나 다른 얘기를 하네요…… ^^


피가 끓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집사람과 연애 시절이 떠오르는데….^_^ 사랑에 빠지면, 상대의 목소리나 향기만으로도 피가 끓죠? 피만 끓나요? 평소 같으면 하지 않을 짓도 많이 하게 되고 하루종일 에너지가 차올라 주체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는 하죠.


전 정치인 노무현과 사랑에 빠졌답니다. 연설 중인 그의 음성과 인터뷰 기사 속의 그의 생각을 접하면, 피가 끓어요. 처음 그를 접한 것이 2001년 딴지일보의 "일망타인 인터뷰 제3탄 ? 노무현 편" ☜이었습니다. 나중에 이 글 말미에 당시 다른 정치인들의 인터뷰 기사를 모두 링크를 달겠지만, 당시 노통의 인터뷰 기사는 두말하면 잔소리, 군계일학이었죠.



단순히 말을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죠. 짧다면 짧은 딴지일보 총수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철학과 신념을 일반 대중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표출할 수 있는 정치인…… 전 거기에 뻑이 갔고 이후 노통과 관련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사람이 되었답니다.


지난 대선 기간 중에 서프에 무던히도 많은 글을 올린 문국현 후보나 정동영 후보 지지자들에게 늘 궁금하던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문국현 후보나 정동영 후보의 연설을 들으면 피가 끓습니까? 두 사람의 철학을 담은 글을 읽으면 (그런 글이 있기나 한가요?) 에너지가 솟구치던가요?


전 오지랖이 넓은 편이 아니어서 우리나라 정치계의 모든 일에 관심을 쏟아 부을 정열도 시간도 관심도 없답니다. 제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지지할 가치가 있는 정치인을 위해서만 제 의사를 표현하죠.


지난 신당 경선 기간 중 유시민 후보의 등장과 함께 무한 고민에 빠졌죠. 그를 보면 마찬가지 증세(?)가 나오더라 이겁니다. 이미 그의 철학이랄까? 가치관에 관해서는 '대한민국 개조론'이란 책을 읽어 보았고, 더구나 그의 연설이나 토론 장면을 보면, 피가 끓어 오르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집사람과 고민 고민하며 상의한 끝에 한국으로 우리 집안 형편으로는 어마어마한 후원금을 보내기로 결정을 한 다음날 유시민 후보가 사퇴한 소식을 듣고 묘한 이중적인 감정이 들더군요. 아쉬운 감정이 표면에 드는 거야 그렇다고 쳐도 다행이라는 감정이 뒤편에서 씩~~ 웃고 있더라 이거죠.


지난 5년간의 참여정부 기간 중 서프 생활이 즐거우셨나요? 네……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정말 힘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절친한 사이의 상대로부터 들어야 되는 반 노무현 정서와 싸우기도 힘들었고, 그런 왜곡된 인식을 바꾸고 싶어 제 현실 생활에 부담을 주어가며 자료를 찾고 글을 써 대는 작업들이 벅찼습니다. 하지만, 정말 힘든 줄 모르고 써댔습니다. 왜냐고요? 피가 끓고 있는 상태였으니까요.


그런데 유시민 후보의 사퇴 소식에 굳은(?) 후원금으로 애들 주말 외식시켜 줄 생각도 들고 다른 한 편으로 대선 기간 중 서프에 죽어라 고생하며 글을 써 댈 필요가 없겠구나, 한국으로 국제 전화 걸어 어르신들과 옥신각신할 필요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의 숨을 쉬는 절 발견하게 되더란 말씀이죠.


비겁한 모습이지만, 이게 진짜 제 모습일 겁니다. 껍데기가 벗겨진……


자~~ 이제 본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독고탁님은 내년 총선과 이명박 특검에 총력을 기울이자고 하십니다. 아마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정확히 들려주시는 분이니 그런 주장이 가장 현실적인 목표인 게 맞을 겁니다. 그리고 독고탁님 특유의 추진력을 보건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프의 모습은 그렇게 바뀌어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저 같은 소극적인 서프앙 입장에서, 소위 보혁 연대를 주장하며 정동영과 이회창 당을 지지하라는 설득에, 주체할 수 없이 피가 끓어 오를까요? 아니면, 이 자리는 더 이상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조용히 멍석을 말아 집으로 돌아갈까요?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직에 오르고 내년부터 5년간 국정을 책임지는 동안, 지난 5년간 왜곡되었던 노통의 이미지를 바꾸고 참여 정부 기간의 업적을 차분히 되짚는 일이라면, 앞으로 서프 활동을 열심히 할 자신이 있습니다. 단순히 노통을 지지해서라기보다는, 그런 작업들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믿으니까요. (아~~ 솔직히 이야기하면 제가 좋아하는 정치인이 더 이상 정치와 관련이 없다 해도 그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작업에 만족감을 느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쳐다보고 이론적인 설명을 들어도 마음이 도통 움직여지지 않는 집단과 그 집단의 우두머리를 위해 뭔가를 하거나 아니면 뭔가를 하는 이들과 함께 있으라고 한다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하던가요? 조용히 찌그러져 제 본래의 삶 속으로 들어가겠죠.


지난번 글에도 썼지만, 현실의 삶이 최우선이죠. 제가 그동안 서프를 좋아했던 것도, 소위 전문적인 꾼들의 모임이 아닌 현실에 굳건히 발을 디디고 서 있는 일반인들이 함께 의견을 자유로이 나눌 수 있는 공간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말까지 독고탁님의 의견을 더 기다려보기는 할 테지만, 왜곡된 현실인식(여론 조사 결과 부정, 대선 결과를 박빙의 대결로 판단하여 정동영의 지지를 유도한 대문글) 대한 해명은 나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서프의 방향을 서프앙들 글의 모임들보다는 본인의 개인적인 판단과 결정으로 자리매김 하겠구나 하는 인상도 강하게 들고요.


그동안 참 사랑했던 곳이었는데…… 아마 제 인생에 이렇게 애착을 가지고 지키고 싶었던 곳이 두 번 다시 나올까 싶네요. 다시 여러분께 여쭙니다.


지금 피가 끓고 계세요?



추신: 예전 딴지일보의 대선 후보 인터뷰 기사 모음입니다. 지금 읽으셔도 여전히 아깝지 않은 내용이죠.


노무현 씨 인터뷰:
http://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53&article_id=69


이회창 씨 인터뷰 :

http://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49&article_id=64


김근태 씨 인터뷰:
http://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60&article_id=76


이인제 씨 인터뷰:
http://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47&article_id=60


정동영 씨 인터뷰:
http://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59&article_id=1276


박근혜 씨 인터뷰:
http://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57&article_id=73